‘비운의 왕자’ 김정남

북한의 차기 후계자로 김정일 위원장의 3남인 김정운이 확실시되면서 장남 김정남은 후계 구도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김정남은 장남이면서도 북한 내부에서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비운의 왕자’로 살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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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의 무역 간부는 지난 달 "장군님 후계자로는 자제분들이 확실하다"면서 김 위원장에게는 "아들 두 명과 딸 1명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간부는 현재 두 아들은 모두 30대 초반이며 김 위원장이 자식을 늦게 보았기 때문에 후계자 문제가 늦어졌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마카오에 머물고 있는 38세의 장남 김정남의 존재를 묻는 질문에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간부의 반응으로 볼 때 북한에서는 김정남의 존재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거나 김정남을 언급하는 일이 금기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셋째 아들인 김정운이 후계자로 지명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5일 김정남이 해외에 망명할 공산이 크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남이 해외를 떠돌고 있는 이유에 대해 김 위원장이 후계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복 동생들에게 밀려 정치보복을 우려해 나갔다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한국 언론은 이처럼 후계자 명단에서 제외되고 해외 망명설까지 나돌고 있는 김정남에 대해 '비운의 왕자'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김정남은 197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그의 첫번째 동거녀였던 배우 성혜림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김 위원장과 성혜림은 정식 결혼관계는 아니었고, 김 위원장이 문화예술 부분을 지도할 때 유명한 영화배우였던 성혜림과 함께 살게 됐습니다. 둘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남은 '왕자'로 대우를 받아 온갖 부귀영화를 누렸다고 1982년 남한에 망명했다가 암살된 김 위원장의 처조카였던 이한영 씨가 자신의 수기에서 밝혔습니다.

김정남은 김정일 위원장의 첫째 아들로 왕자 대접을 받기는 했지만, '양지'에 나오지 못하고 항상 '음지'에서 전전했습니다. 인민의 지도자가 유명한 여배우를 몰래 데리고 살았다는 사실이 주민들에게 알려지면 김 위원장의 권위가 훼손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고 김일성 주석에게도 김정남의 존재를 숨겨야 했습니다.

이처럼 음지에서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결국 후계 구도에서 밀려난 비운의 장남 김정남은 앞으로 이복 동생들과 벌이는 권력투쟁에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70년대 후계자로 되면서 이복 동생인 김평일을 해외로 내보내고 측근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숙청한 사례처럼 차기 북한의 후계자도 아버지의 전철을 밟는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