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은 올 상반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 지도에 가장 많이 수행했던 인물로 나타났습니다. 김 부장은 김 위원장의 여동생입니다. 현지 지도에 수행한 횟수는 김정일 위원장의 신임도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여러 대북 관측통은 이런 현상이 후계 세습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에 관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앵커: 김경희 부장이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에 가장 많이 동행했다고 나타났는데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한국 통일부의 천해성 대변인은 5일 김 부장이 김 위원장과 함께 가장 많이 움직였다고 밝혔습니다. 천 대변인의 설명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공식 활동은 모두 77회이며 이 가운데 김 부장이 56회나 김 위원장을 수행했습니다.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은 45회로 2위, 김기남 당 비서는 40회로 3위, 최태복 당 비서와 현철해 국방위 국장이 25회로 4위를 기록했습니다. 올 상반기의 현지 수행과 관련해서 김경희/장성택 부부가 1-2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 부장의 수행은 작년 같은 기간 10위권에도 들지 않아 올해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김 부장이 현지 지도에 가장 많이 수행했다는 점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기자: 이는 북한 정권의 현안인 후계 세습과는 불가분의 관련이 있다고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좋지 않은 건강 때문에 이젠 후계 세습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시기를 맞았습니다. 당연히 이런 작업을 받쳐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김 위원장은 후계 구도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피붙이밖엔 믿을 수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그래서 김 부장을 현지 지도에 동행시키면서 세째 아들을 위한 방패막이와 섭정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김 부장의 동행은 그의 직책으로 미루어 경제 챙기기의 일환으로 볼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 정권의 현안이 후계 세습이고 김 부장이 김 위원장의 친동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빈번한 현지 수행은 후계 구도의 구축과 확실한 관련이 있다고 보입니다. 장성택 부위원장까지 빈번하게 김 위원장을 수행하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앵커: 이처럼 후계 세습과 관련해 김 위원장의 신임을 받는 김 부장은 어떤 인물인가요?
기자: 김 부장은 1946년생으로 같은 어머니 김정숙 씨에게서 태어난 하나뿐인 여동생입니다. 남편 장 부위원장과는 김일성종합대학교에서 같이 경제학을 배우면서 알게 됐고 김일성 주석의 반대로 멀어진 적도 있었지만 김 위원장의 중재로 결혼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알코올 중독으로 오래 고생했다고도 전해집니다. 1987년 노동당 경공업부장으로 취임했으며 1990년 이후에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도 활동합니다. 1995년 10월 공식 보도에서 당 중앙위 부장이라는 직함으로 등장한 이래 13년 동안 동정이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09년 6월 8일 김 위원장이 김원균평양음악대학을 시찰하는 데 동행하며 언론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김 부장이 같은 어머니한테서 태어난 피붙이인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보입니다.
앵커: 김 위원장은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여동생 김 부장을 권력 세습과 관련해서는 각별히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보입니다. 김 부장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다고 전망됩니까?
기자: 남편 장성택 부위원장과 함께 오빠의 세째 아들인 김정은 씨가 권력을 승계해 굳히기로 들어갈 때 막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전망됩니다. 당 경공업부장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등을 거쳤기 때문에 필요할 때 조카에게 필요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경험이 있습니다. 이 일엔 남편 장 부위원장의 협력도 필요합니다. 김 위원장은 이 점을 감안해 최고인민회의를 일년에 두 번이나 열어서 장성택 씨를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앉혔습니다. 이런 조치는 여동생 부부가 세째 아들로 가는 권력 승계를 알아서 맡아달라는 의미로도 해석됩니다. 현재 권력 세습을 총괄하는 사람은 장 부위원장이 아닌 김 부장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김 부장은 남편 장 부위원장과 함께 권력 세습을 이루는 과정에서 일단 쌍두마차(雙頭馬車)를 형성했다고 관측됩니다.
앵커: 김 부장과 남편 장 부위원장이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기 전부터 후견인으로 앉았습니다.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일천한 세째 아들이 섭정을 받는다해도 북한을 통치할 수가 있습니까?
기자: 김정은 씨의 나이나 경험으로 미루어 김 씨가 북한을 통치하기는 어렵다고 대부분의 대북 전문가는 전망합니다. 김 위원장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보입니다. 관측통들은 장 씨가 조카를 명목상 지도자로 세우고 섭정을 하거나 군부를 영입한 집단지도 체제로 나갈 가능성을 점칩니다. 어느 경우에나 김정은 씨는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 지도를 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집단지도 체제로 갈 경우 김정은 씨는 명목상 지도자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세째 아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를 피하게 하려고 여동생 김 부장을 되도록 국정 경영에 참여시켜서 방패막이와 후견인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준비를 시키고 있습니다. 김 부장이 현지 지도에 가장 많이 수행했다는 점은 김 위원장의 이런 의도를 방증(傍證)한다고도 보입니다.
앵커: 김 위원장이 피붙이인 여동생을 동원하여 후계 세습에다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 인민이 세째 아들을 지도자로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습니까?
기자: 북한 인민이 체제 특성상 이렇다할 의견을 낼 수는 없지만 아들에게 권력을 세습하는 데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더구나 북한의 경제가 파탄 직전의 상태여서 세째 아들이 지도자로 나서기에는 아주 좋지 않는 환경입니다. 또 주민이 생존에 급급해 후계 세습에 관심이 없는 데다가 북한 당국이 여러 가지 이유로 세째 아들에 대한 선전을 본격적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을 비롯한 사회주의권에서3대 권력 세습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 북한 당국이 이를 공개적으로 추진하기에는 아직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인민은 김정은 씨를 잘 몰라서 차기 지도자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앵커: 장성택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바람대로 조카를 잘 보필하는 방향으로 나갈까요?
기자: 김 위원장이 갑자기 사망할 경우 현재 장성택 부위원장에게 권력이 쏠릴 수 있는 구도가 형성됐습니다. 김 위원장이 세째 아들의 후견인 역할을 공개적으로 맡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인에게만 권력이 집중되는 북한의 권력 구조로 미루어볼 때 장 부위원장에게 권력이 몰리면 세째 아들의 권력 승계에 장애물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고모부와 조카 사이에서는 권력 투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권력은 속성상 나누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앵커: 올 상반기 김정일 국방위원장 현지 지도에 가장 많이 수행한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과 김 위원장의 현안인 권력 세습 간의 관계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