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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북 중인 이집트의 통신회사 오라스콤의 회장을 23일 접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례적인 회동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환대와 신속한 북한 매체의 보도는 불투명한 투자환경과 대북 제재로 외국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북한에서 오라스콤이 거의 유일한 대규모 투자자이기 때문이라고 미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난 24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날 “오라스콤전기통신회사의 투자활동이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때 방문한 나기브 사위리스 회장을 열렬히 환영”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통신에 따르면, 이 자리에는 지난해 7월 외자유치 전담 창구로 설립된 합영투자위원회를 총괄하는 김 위원장의 매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배석했습니다.
또한, 한국 언론은 김 위원장의 국외 비자금을 관리해온 리철 전 스위스 대사가 합영투자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사위리스 오라스콤 회장을 전송했다고 북한 매체를 인용해 24일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외국의 투자사절단이 아닌 외국 기업인을 접견한 사례가 거의 없었고 북한 매체가 발빠르게 보도한 것에 대해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외자유치가 시급한 북한이 오라스콤에서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지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개방의 부담을 감수하고도 오라스콤의 휴대전화 사업을 지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미국 평화연구소의 존 박(John Park) 선임연구원은 2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의 불투명한 정치, 경제구조에서 오는 위험한 투자 환경 때문에 대북투자를 원하는 외국 기업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 선임연구원:
북한이 까다롭게 선택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대북 투자에는 위험요소가 많습니다. 북한에서는 불투명한 이유로, 갑작스럽게 정치적인 결정이 내려져 이미 합의된 사항에 변화가 생긴다든지, 대북제재나 급격한 비용상승으로 손익분기점에 언제 도달할 지 알 수 없습니다.
박 연구원은 따라서 북한은 오라스콤 같이 대북 사업에서 성공한 대기업이 사업을 확장하려 한다면 북한 경제 회생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지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과의 무역과 투자에 관심있는 유럽의 기업 대표단을 이끌고 해마다 두차례씩 북한을 방문하는 네덜란드의 투자 자문회사 GPI Consultancy의 폴 치아 대표도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대북 투자자 수가 줄었다고 말하고, 시멘트, 휴대전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북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오라스콤에 대한 환대는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김광진 객원연구원도 오라스콤이 외국 정부차원이 아닌 민간 기업으로 유일하게 위험을 감수하고 대북 투자에 선뜻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휴대 전화 사업이 체제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2000년대 중반 용천 폭발사고 후에 그랬듯이 갑자기 사업을 중단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집트의 통신회사 오라스콤은 2008년 말 기지국과 통신망 설치 등에 3년 간 4억 달러를 투자해, 불과 2년 후인 지난해 말 가입자 수가 3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습니다. 오라스콤은 2007년 북한에서 시멘트 사업을 시작한 후, 2008년 휴대전화사업과 동시에 금융사업도 시작했습니다. 또한 평양의 류경호텔 건설에도 관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