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척해진 김정일 위원장 건강 논란 Q/A]

두 달 만에 많이 수척하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뇌혈관 질환을 앓고 나서 회복 과정에 있다고 알려진 김 위원장의 병세가 완전히 호전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양성원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을 알아봅니다.

문:

최근 공개된 사진에 나온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부터 소개해주시죠.

답: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일 김 위원장이 김정일종합대학교에 새로 지은 수영장을 둘러보는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이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은 얼굴 살이 빠져 볼이 홀쭉한데요. 특히 옷이 헐렁해 보일 정도로 뱃살이 많이 빠졌습니다. 비단 복부뿐만 아니라 목 부위 살도 줄어들면서 오른쪽 귀밑에서 턱까지 이어지는 주름이 두드러져 보이고, 또 턱 가운데에서 가슴 앞쪽으로 내려가는 살이 아래로 축 쳐졌습니다.

또 수영장으로 내려가는 사다리의 손잡이를 잡은 모습에서 오른쪽 어깨가 홀쭉하고 어깨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부위에도 살이 제법 빠져 보입니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모습은 김 위원장이 두꺼운 외투를 입었을 때는 잘 눈에 띄지 않았는데요. 이번에 공개된 사진에서 김 위원장은 남색의 얇은 평상복 차림을 하고 있어 수척해진 몸매가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남한 언론매체는 이러한 김 위원장의 모습이 지난해 8월 그의 건강이상설이 제기되기 전에 그가 불룩하게 나온 배를 내보이던 모습과 확연히 다르며 약 2개월 전에 김 위원장이 중국의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났을 때에 비해서도 훨씬 수척해진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문:

김 위원장이 뇌졸중 증세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죠?

답:

그렇습니다. 20일 공개된 김정일 위원장의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이 키 165센티미터에 80킬로그램이 나가는 비만형 체형이었다는 사실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무척 날씬한 모습인데요.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해 여름 발병했던 뇌졸중으로 ‘연하곤란’같은 후유증을 겪고 있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

‘연하곤란’이란 증상을 좀 쉽게 설명해주시죠.

답:

뇌졸중의 후유증으로 ‘연하곤란’이라는 게 있는데요. 쉽게 설명하면 음식물을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증상입니다. 사람이 음식을 삼키면 혀와 식도가 유기적으로 움직여 음식물을 위장으로 내려 보내는데, 뇌졸중이 발생하면 이런 움직임에 장애가 생겨 음식물을 잘 삼키지 못한다는 설명입니다.

문:

김 위원장이 67세라는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갑자기 살이 빠지는 상황은 건강이 좋지 않다는 증거로 볼 수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남한 언론매체는 전문의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운동 부족으로 그의 지병인 당뇨병이 악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하기도 했는데요. 당뇨병이 있으면 살이 더 잘 빠지고 근육이 위축돼 팔과 다리가 가늘어진다는 설명입니다. 또 30분 이상 걷기가 힘들며 일상생활에서도 심한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말입니다.

실제 앞서 남한의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는 김 위원장이 지난 24일 회령에서 현지 시찰에 나섰을 때 계단을 오르면서 부축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낮은 계단도 오르지 못해 호위 군관들의 부축을 받았고 숨도 거칠게 쉬었다는 설명입니다.

문:

하지만 김 위원장이 일부러 살을 빼면서 건강을 관리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김 위원장이 급격히 살이 빠진 모습이 지속적으로 건강이 악화한 때문인지, 건강을 위해 일부러 살을 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자연적인 노쇠 현상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의는 김 위원장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단기간에 체중을 정상 수준으로 조절했을 수 있다면서 볼의 살도 꺼지고 주름살도 많아져 약간 초췌하게 보일 뿐 건강 상태는 호전된 상태로 판단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문:

중국 측도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답:

네, 남한의 문화일보는 23일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중국 지도부가 북한이 보이는 일관성 없는 행보에 대해 많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최근 중국 고위 인사를 만난 한 전직 정부 인사는 중국이 북한의 최근 행태를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에 따른 판단력 상실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습니다.

문화일보는 북한이 보인 일관성 없는 행태의 예로 최근 북한이 개성공단의 통행을 3차례나 차단했다가 다시 허용한 일을 꼽았습니다. 또 김 위원장이 북한 군부가 강경한 조치를 주문하면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외무성이나 통일전선부의 유화 조치도 용인하고 있을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문:

하지만 건강에 이상이 없었을 때도 김 위원장은 일관성이 없거나 애매한 결정을 내렸다는 견해도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대외지도자 연구국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과 개성공단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연관시키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의사 결정 구조가 김 위원장을 정점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은 과거에도 온건파와 강경파에게 서로 모순되는 지시를 해 왔다는 게 고스 국장의 설명인데요. 하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 때문에 그런 상황이 더욱 악화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Gause: But it could be exacerbated by his ill health.

최근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고스 국장은 중국 측 인사들이 김 위원장의 건강을 우려하긴 하지만 여전히 김 위원장을 북한을 확실히 통치(firm control)하고 있는 지도자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mc:

지금까지 수척해진 김정일 위원장의 사진으로 비롯된 그의 건강 상태와 관련된 논란을 양성원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