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발사 앞두고 김정일 은둔 가능성

장거리 로켓 발사를 앞두고 북한 전역이 초긴장 상태에 돌입한 가운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공개 활동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위기상황 때마다 은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0:00 / 0:00

정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오는 4~8일 사이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는 북한의 발표 시한이 가까워지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8일 조선중앙통신이 평안북도 구성시 공작기계공장을 방문했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 지도 소식을 보도한 후 현재까지 일주일째 공개 활동이 보도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위급한 상황마다 모습을 감추어온 김 위원장의 전례로 봐서 이번에도 장거리 로켓 발사와 때를 같이해 그가 은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입니다.

연료도 주입하고 지금 날짜도 구체적으로 6일이다, 7일이다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좀 심각한 국면으로 들어갔거든요. 김정일은 상당히 의심이 많고, 또 실제로 미국을 무서워하거든요. 그러니까 김정일로 봐서는 분위기가 이쯤 되면 자기 신변을 두고 상당히 신경을 쓰고 그런 행위들을 할 것입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의 선제공격도 배제할 수 없어서 김 위원장이 피난처로 은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송 소장은 내다봤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3년 2월 북한이 핵무기 비확산 조약(NPT)에서 탈퇴하고, 그해 3월에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을 때에도 48일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또한, 미국이 돈세탁 혐의로 마카오 은행에 예치했던 북한의 외화를 동결시키자 2006년 7월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할 때도 김 위원장은 39일 동안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이런 장기칩거현상이 나타났지만, 올해 초부터 왕성한 공개 활동을 벌이던 그의 모습이 사라진 것은 북한이 위급한 상황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8월 중순부터 건강이상설이 나온 이후 장기간 자취를 감추었던 김 위원장은 올해 초부터 하루에 한 번꼴로 함경도 지방과 자강도, 황해도의 산업현장과 농촌을 시찰하는 등 왕성한 행보를 보여 왔습니다.

한편, 오는 9일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가 열리기 때문에 이번 김 위원장의 은둔이 길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김용현 동국대학교 교수입니다.

그동안 봐도 북한이 이라크 사태나 전반적인 북한의 위협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김정일 위원장이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큰데 다만 4월 9일 날 최고인민회의 회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그때는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면 은둔의 기간이 길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장거리 로켓 발사가 “제3기 김정일 체제” 출범을 장식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만약 성공할 경우, 김 위원장이 어떤 모습을 하고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