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로 이어지는 권력 세습의 징후가 자주 드러납니다. 북한이 후계 세습을 위한 당 대표자회를 9월 상순으로 계획했다고 알려진 가운데 권력 세습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나 전망 등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납니다. 상당한 속도를 내는 후계 세습과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사례들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고 보입니다. 이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김 위원장이 세째 아들인 김정은 씨를 후계자로 삼으려는 작업을 한창 진행한다는 생생한 증언이 탈북자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이 증언이 무슨 내용인지 소개해 주시지요?
기자: 이 증언은 8일 경기도 안성에 있는 탈북자 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탈북 여성이 밝힌 내용입니다. 작년 9월 북한을 탈출해 올해 2월 남한에 온 올해 25세의 장 모 씨는 근무하던 학교의 부교장이 작년 3월 교원만 불러 "청년대장 김정은 동지께서 곧 후계자가 된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말대로라면 후계 구축은 작년 상반기부터 이미 광범위하게 진행됐다는 이야기입니다. 장 씨는 5월엔 찬양가 '발걸음'을 통해 '김 대장'의 업적이 아이들에게 퍼졌다고 밝혔습니다. 또 김 대장의 업적을 칭송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그런 내용을 담은 교육 자료에는 김 대장이 현지 지도를 가니 내리던 비가 그쳤다는 우상화 내용도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한국의 노컷뉴스는 대북 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세째 아들의 우상화 작업을 본격화하면서 대장을 동지로 호칭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내용을 소개해 주시지요?
기자: 자유북한방송은 8일 "올해 초까지 군대와 기관, 기업소 학습회와 강연회 등에서 김정은 씨를 '청년 대장' 또는 '김정은 대장'으로 불렀으나 지금은 '김정은 동지'로 공식 명명해 후계 구축의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은 강연회에서 김정은 동지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위대한 인민적 풍모를 꼭 빼닮았으며, 나라와 민족의 융성 발전을 위해 제일 앞장에 서서 헌신하는 탁월한 영도자라고 강조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호칭 변경은 김 위원장이 세째 아들을 공식 후계자로 만들려는 작업의 일환으로 관측됩니다.
앵커: 최근 북한을 방문한 미국 조지아대의 박한식 교수는 이런 상황을 뒷받침하는 발언을 하고 나섰습니다. 박 교수가 밝힌 내용도 아울러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박 교수는 3일부터 8일까지 평양을 방문해 주요 인사들을 만나고서 서울에 왔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에서도 세째 아들이 후계자로 알려져 왔지만 공식화되지는 않았다"면서 "하지만 9월 초 열리는 당 대표자회에서 후계 문제가 가시화한다"고 전망했습니다. 또 "대표자회에서는 세째 아들에게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하는 공식 직책이 주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10월 10일 당 창건일에 세째 아들이 나타나 북한 주민에게 선을 보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박 교수의 이야기는 그가 최근 평양을 방문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참고할 가치가 있다고 보입니다.
앵커: 박한식 교수는 9월 초 열리는 당 대표자회에서 후계 문제가 가시화한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처럼 후계 문제와 밀접한 노동당 대표자회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까?
기자: 당 대표자회는 최고지도기관인 당 대회와 당 대회 사이에 당 중앙위원회가 필요할 경우 개최하는 회의를 말합니다. 이 회의는 당의 노선과 정책 및 전략/전술 등과 같은 긴급한 문제를 토의하고 결정합니다. 권력 세습이 꽤 가속화한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를 통해 세째 아들인 김정은 씨가 노동당의 핵심 당직을 맡는 한편 공식적인 후계자로 지명을 받고 활동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습니다. 당 대표자회는 그럴 경우 김 위원장의 세째 아들이 공식 후계자로 나설 계기가 됩니다. 이번에 북한을 방문했던 박한식 교수도 그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9월 초에 열리는 당 대표자회가 권력 세습을 가시화하는 계기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타난 정황을 보면 당 대표자회는 후계 세습과 관련해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고 보입니다.
앵커: 북한 당국이 요즘 들어 다시 사용하기 시작한 '당 중앙'이란 표현은 이런 정황을 보여주는 생생하고도 공식적인 사례로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기자: '당 중앙'은 후계 세습을 보여주는 확실한 징후로 관측됩니다. 왜냐하면 북한 당국은 지난 1974년 2월 11-13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후계자로 내정한 뒤 노동신문 사설을 통해 후계자를 '당 중앙'으로 불렀기 때문입니다. 노동신문은 이번 6월 30일 사설에서도 '당 중앙'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에서 '당 중앙'이란 표현을 아무 인물에게나 쓸 수 없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노동신문의 '당 중앙' 표기는 세째 아들로 이어지는 후계 세습을 보여주는 아주 생생하고도 공식적인 사례하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노동당 비서였던 황장엽 씨는 9월 열릴 당 대표자회에 대해 나름의 견해를 제시했습니다. 황 씨가 당 대표자회를 겨냥해 밝힌 견해는 무엇입니까?
기자: 황 씨는 당 대표자회가 국방위원회를 견제하는 용도라고 말했습니다. 대북 인터넷 매체인 'NK 데일리'에 따르면 황 씨는 13일 서울에서 대학생을 상대로 한 강연회에 나와 "안정적 후계 구축에 대비해 비대해진 국방위 권력을 노동당을 통해 견제하려는 김 위원장의 의도가 담겼다" 고 밝혔습니다. 또 "김 위원장은 지나치게 군의 위상이 올라가면 후계자의 권력 승계에 위협이 될 수도 있고 주민을 사상적으로 통일하는 일은 당밖에 할 수 없다는 점을 간파하고 서둘러 당 대표자회를 개최한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앵커: 위에 나온 사례 이외에도 권력 세습을 보여주는 사례가 또 있나요?
기자: 북한을 모두 16차례나 방문한 독일 인사의 발언이 있습니다.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의 발터 클리츠 한국사무소 대표는 10일 "북한이 현재 취하는 모든 조치는 권력 이양과 직접적인 연계가 있다"면서 "김정은 씨는 이미 노동당에서 고위직을 맡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클리츠 대표는 4월 26-28일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클리츠 대표는 북한 관리들과 대화하면서 후계 문제가 핵심 현안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미국의 유력한 일간지 뉴욕 타임즈 (NYT)의 보도가 있습니다. 이 신문은 7일 김 위원장의 후계자가 주민의 생활 수준을 끌어올려야 하는 입장이라며 그런 관점에서 개성공단은 유일하게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는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남쪽을 압박하려고 금강산 관광도 중지한 가운데 개성공단만은 유지합니다. 개성공단의 유지가 후계 체제에는 도움이 된다고 북한은 판단합니다. 개성공단은 절망적인 북한의 경제 상황에서도 매월 5천만 달러를 벌이들이는 곳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날이 가면 갈수록 점차 구체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는 북한의 3대 권력 세습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