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관영매체 “김정남 후계자로 유력”

중국의 관영 언론매체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가계를 최근 잇달아 집중적으로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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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국 언론은 김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이 여전히 동생인 정운에 비해 후계자로 더 유력하다고 밝혀 3남 정운이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낙점됐다는 미국과 한국의 일반적인 분석과 다른 입장을 보였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의 관영 언론매체들이 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부인과 자녀를 자세히 소개하는 장문의 기사를 최근 잇달아 실었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사실상 직접 관리하는 언론매체가 이례적으로 북한 지도부의 가계를 심층 분석하고 후계 문제에 대해서도 나름의 분석을 내놔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먼저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인터넷판인 인민망은 지난 20일 '북한 최고가문의 비밀을 밝힌다:김정일과 그의 자녀' 제목의 기사를 통해 김 위원장의 세 아들 중 누가 과연 후계자가 될지 나름의 분석을 실었습니다. 인민망은 "김 위원장의 후계자가 과연 누가 될지 아직은 오리무중이지만 나이나 경험 등을 고려할 때 장남 정남이 이복동생인 정철, 정운에 비해 후계자로 유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인민망은 김정남이 2001년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적발된 뒤 위신이 깎여 후계자에서 멀어지는 듯했지만 2004년 정운의 어머니로 자신을 견제하던 계모 고영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상황이 달라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인민망은 이어 "김정남이 노동당 호위총국 요직도 거치고 정치적 감각이 탁월한 데다 국제정세에도 밝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인민망은 김정남이 노동당 중앙재정경리 부부장으로 당의 자금줄을 장악하고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중국 관영매체의 이 같은 보도는 북한이 '사상적 순수성'을 이유로 김 위원장의 3남인 정운을 후계자로 내세웠다는 미국 국가정보국장실(ODNI)의 최근 분석과는 배치됩니다.

미국 국가정보국장실 산하의 오픈소스센터는 5월6일 작성한 북한의 권력 승계에 관한 보고서에서 "김정운이 외부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점이 오히려 그가 후계자로 선택된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김정운이 형들과 달리 외국 언론에 보도되거나 등장한 적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북한이 장자 세습이라는 유교 전통에서 벗어나 3남인 정운을 후계자로 선택하면서 그 이유로 '사상적 순수성(ideological purity)'을 내세울 수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후계 문제에 관해 엇갈리는 관측이 제기되는 데 대해 미국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후계자가 과연 정남이 될지 정운이 될지는 사실 김 위원장만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보는 편이 안전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특히 극적인 반전을 중시해온 김 위원장의 통치 행태를 고려할 때 정남, 정운 둘 다 아닌 제3의 인물이 갑자기 후계자로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중국 외교부 산하의 세계지식출판사가 격주로 발행하는 '세계지식'은 지난 7월1일 발간한 13호에서 북한 특집을 통해 "김일성 주석이 1994년 7월8일 묘향산 별장에서 옛 빨치산 전우인 조명선 상장의 부고 소식을 보고받고 그 충격으로 심장발작을 일으켜 사망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