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작업 동원 북 주민 “또 어떤놈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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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5월 중순 양강도와 함경북도의 산업시설들을 연이어 방문했는데요.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한 다급한 행보에 주민들은 싸늘한 반응이었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또 어느 놈이 오기에 이렇게 야단들이냐?” 지난 5월 13일, 도로 닦기와 마을 주변 청소작업에 나온 양강도 혜산시 주민들이 노골적으로 보내는 야유입니다.

검열을 나온 간부들은 “쓸데없는 말들을 하지 말고 청소나 잘 하라”고 호통을 치지만 주민들의 불만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난 23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통화한 양강도 혜산시 주민 한모씨는 이러한 소식들을 전하면서 김정일의 양강도 방문에 “주민들의 반응이 놀라울 정도로 싸늘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갑작스러운 청소작업이 조직되면서 1호행사가 있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이 눈치 채게 되었다”며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며 속에 품었던 원성을 다 쏟아냈다”고 전했습니다.

외국의 중요 인사들이나 고위간부들, 유엔시찰단의 방문이 예견되는 경우 대대적인 마을꾸리기가 진행되던 전례에 빗대고 김정일의 시찰을 마음껏 조롱했다는 주장입니다.

또다른 양강도 소식통도 25일 ‘자유아시아방송’과 전화통화에서 “현재 1호행사가 진행 중이지만 주민들은 김정일의 방문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김정일의 방문에 이렇게까지 무관심하지 않았다”며 “김정일의 방문 노정과 지시에 촉각을 곤두세웠는데 지금은 아무도 관심을 돌리는 사람이 없다”고 달라진 민심을 전했습니다.

이러한 원인에 대해 그는 “해마다 김정일의 방문이 있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주민들의 고통만 늘어날 뿐”이라며 “1호행사가 진행되면 각종 청소작업으로 볶이는데다 행사기간에는 주민들의 통행도 제한돼 여간 불편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이번 김정일의 양강도 방문이 남북한 대립국면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추측입니다.

복수의 양강도 소식통은 “김정일이 양강도에 머무는 것은 천안함 사건으로 ‘당장 미국이 쳐들어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소문이 났다”며 “‘여차하면 중국으로 뛰자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주민들 사이에 은근히 퍼지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김정일은 지난 15일, 북청-삼지연군 사이 비상 군용도로를 이용해 양강도 백암군에 들렸으며 이곳에서 ‘백두선군청년발전소’를 시찰한 후 삼지연군으로 직행했습니다. 다음날인 16일, ‘백두산밀영’과 ‘삼지연장공장’을 돌아본데 이어 17일에는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에 들려 ‘혜산강철공장’, ‘혜산신발공장’, ‘보천보전투승리기념탑’, ‘김정숙사범대학’을 연이어 방문했으며 삼지연에서 하루 휴식을 취한 후 대홍단군과 함경북도 지역을 시찰했습니다. 또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이후부터는 줄곧 삼지연군에 머물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일이 이렇게 오랫동안 삼지연군에 머무는 것은 ‘삼지연 초대소’에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일명 ‘4계절 궁전’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삼지연 초대소’는 지난 1998년부터 2006년까지 사이에 ‘인민군공병국 1려단’이 동원돼 건설한 지하 5층의 건물로 터널이 중국까지 연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이 건물을 건설하는데 드는 자재들을 운반하기 위해 지난 1998년에 일본 미쯔비시 회사로부터 15톤 적재의 화물자동차 30여대를 수입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