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문제에 대해 "현 시점에서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일본의 교도통신이 10일 보도했습니다. 이번 발언의 진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해 초부터 남측의 학계나 정보 당국에서는 김정운이 북한 권력의 후계자로 낙점됐다고 보는 게 대세였습니다.
하지만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10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후계자 문제는 "현 시점에서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운 후계설은 북한의 "부상과 번영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외국의 일부 언론이 내보낸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말했습니다.
대외적으로 권력서열 2위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김정운 후계설을 정면으로 부인한 셈입니다.
이 같은 발언을 놓고 남한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의 장성민 대표는 "김정운 후계설은 애초부터 북한이 의도적으로 흘린 것"이며, "이번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발언을 통해 사실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장 대표는 "애초 북한이 의도했던 바는 어린 아들이 후계자가 될 경우 북한 체제가 더욱 불안해 질 수 있음을 부각해 미국으로 하여금 김정일 위원장이 살아 있을 때 북핵 협상을 마무리 짓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미국의 관심사는 김정운 후계구도와 체제불안 요인에 집중됐고, 이는 급변사태 논의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당초 전술을 수정한 걸로 보인다"고 장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장성민: 북한의 목적은 북미 간의 핵 협상을 하는 것인데, 후계 논의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서 핵 문제가 가려지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북한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조기에 후계 문제를 진화할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북한이 대외적으로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김정운의 권력승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한국의 국정원은 북한 지도부가 김정운을 후계자로 지명했음을 지난 5월 28일 해외 공관에 통보했다고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김정운은 후계자로 이미 내정된 상태"이며,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이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주장합니다.
정성장: 북한은 자신들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문제나 민감한 문제에 대해 가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연막을 피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 경우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 박사는 또 “최근 들어 북한 내부에서 ‘후계자 문제에 대한 발언을 중지하라는 방침이 있었다’는 소문이 있다”며 “김정운 알리기 작업이 충분히 진행됐다는 판단을 갖고 이젠 속도 조절을 하는 것 같다”고도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김정운 체제를 공식화하는 시점은 그의 생일인 내년 1월 8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정 박사는 내다봤습니다.
서울에 있는 국책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오는 10월6일 북·중 수교 60주년 행사를 기해 “김정운이 중국에서 오는 손님을 순안 공항에서 맞이하거나 만찬장에 동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김정운 후계설을 놓고 전문가들은 상반된 분석과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진위 논란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북한 내 의사결정 과정의 불투명성과 3대 세습을 시도하는 비정상적인 행태로 인해 누가 북한의 차기 지도자가 될 건지에 대한 논란은 북측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 지속될 거라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