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 가정주부에게 1년 중 가장 큰 행사 하면 역시 김장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이웃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김장하는 풍경, 보기만 해도 흐뭇하죠. 김장철을 맞아 요즘 북한이탈주민과 남한의 지역 주민들이 함께 모여 사랑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황은희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배추가 너무 좋아요~”
지난 27일 충남 아산시에 있는 온주 복지관.
쌀쌀한 날씨 속에 80여 명의 자원봉사 단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할 ‘사랑의 김치 담그기’ 행사에 참여한 것입니다.
올해는 특별히 탈북자들도 참여했습니다.
탈북자 김영화씨의 말입니다.
김영화: 이런 기회가 얼마나 좋은지 남한테 베풀어 주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맛있는 김치를 받는 사람들이 기분이 좋을 때 저도 즐겁고 그래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절인 배추를 옮겨 김장준비를 하는 손길이 바쁩니다.
김장하는 방법은 남이나 북이나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김장철이 다가오면 북에 두고 온 가족 생각이 더욱더 생각난다고 탈북자 김영순 씨와 신순선 씨는 말합니다.
김영순: 김장은 남한보다 빨리 담그는데요. 11월 초면 김장이 다 끝나요. 고향에서 식구들이랑 같이 김장 담그던 생각이 많이 납니다. 부모님 생각도 많이 나고요. 가까우면 얼마나 좋겠어요. 가져다주고 싶어요.
신순선: 북에 있을 때는 배추가 없어서 김치를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남한에 와서 행복하게 살고 하니까 북에 있는 자식들은 김치를 어떻게 먹고 담그는지 김장철이 되면 아이들 생각이 많이 나고 그리워집니다.
이날 행사는 아산시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센터가 주최하고, 아산시청과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후원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센터 배선길 센터장입니다.
배선길: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겨울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 겨울나기를 좀 더 따뜻하게 하기위해서 김장담그기를 함께 했고 서로의 마음도 나눌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북이 쌓였던 배추가 어느 새 동이 나고 어려운 이웃에게 배달될 김장 김치 박스들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정성스럽게 담근 김장김치는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찾아가 지역 이웃들에게 전달하게 됩니다.
이들이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아산시에 거주하는 한 탈북자 가정집입니다.
“띵동 띵동~김치 배달 왔습니다.”
겨우 내 먹을 수 있는 김치를 받은 탈북자 강금옥 할머니는 훈훈한 인심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강금옥: 우리를 이렇게 돌봐줘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북에서 와가지고 혼자 외롭게 있는데 이렇게 모두 와서 방조를 해주고 정말 늙어도 정말 편하게 잘 와있습니다.
(김치 맛있게 드세요.)
추운 날씨 속에서도 힘든 기색 없이 김장담그기 행사에 참여한 남북의 자원봉사자들.
쌀쌀한 날씨에 손은 시렸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이날 담근 700포기의 김치는 겨울을 준비하는 어려운 이웃가정 196가구에 전달돼 따듯한 겨울나기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금까지 아산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황은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