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이 오는 9월 당대표자 회의를 소집해 조선노동당 최고지도기관 선거를 할 계획을 밝히면서, 유력한 후계자로 알려진 김정은의 후계구축과의 연관성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난 26일 조선중앙통신이 오는 9월 44년 만에 당대표자 회의를 소집해 조선노동당 최고지도기관 선거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미국과 영국 등의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을 당장 후계자로 공식 선언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의 래리 닉시 전 의회조사국 아시아 분석가는 오랜만에 열리는 당대표자 회의는 분명 주목할 만한 일이고, 김정일의 3남 후계구축과 관련한 행사가 될 것이라고 2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닉시 박사
: 지난 수개월간 권력승계 문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듯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생각보다 더 나쁘거나 중국의 반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이 권력세습에 반대하고 있는데 북한 내부에서 중국과 같은 견해를 가진 사람이 많아질까 봐 서두르는 것 같습니다.
닉시 박사는 그러나 김정은이 유일한 공식적인 지도자로 선포되기보다는 김 위원장의 뇌졸중 이후로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돼 온 북한 정권이 일정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닉시 박사는 김정은에게 어떤 직책을 주든지 명목상에 불과하리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위원장 사후에도 김정은이 정치적 결정권을 갖기 위해서는 장성택을 비롯한 집단체제하에서 수년간의 정치 훈련을 받아야만 할 것이라고 닉시 박사는 분석했습니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루디거 프랑크 교수도 북한 당국이 밝힌 당 최고지도기관 선거가 본격적인 집단체제로 가는 과정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프랑크 교수는 2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김정은이 포함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가 될 것이며 그의 사후에는 비슷한 권력을 가진 사람 중 보다 나은 누군가가 집권을 하게 된다는 분석을 제시했습니다.
프랑크 교수
: This collective might even include Kim Jong-un, although I actually think it will be headed by Kim Jong-il himself until he dies and the number 2 man resumes the top post as a primus inter pares (first among equals).)
프랑크 교수는 최근 김위원장이 매제 장성택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임한 것은 마침내 후계자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불안정하고 불투명했던 후계자 문제에 새로운 인물을 임명하는 등 당이 어떤 결정을 내린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것이 프랑크 교수의 분석입니다. 김 위원장이 군부에 사실상 힘을 더 실어줬기 때문에, 후계자 문제를 거론하고 당 차원에서 어떤 권위있는 결정을 내리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프랑크 교수
: In any case, following the appointment of Jang Song-t'aek to the NDC, it seems that finally North Korea is going to resolve the succession issue. It is important in which way this is being done; but it is even more important that a decision is made at all. The country has been suffering from insecurity and ambiguity in this question.
유럽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에이던 포스터-카터(Aidan Foster-Carter) 영국 리즈대학교(Leeds University) 명예교수도 김정은이 9월 당대표자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해도 강성대국 건설의 해인 2012년까지는 지도자로 공식 지명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1980년 당 대회에서 처음으로 공식등장할 때까지 막연히 ‘당 중앙’으로 언급된 것과 같을 것이라는 카터 교수의 설명입니다.
한국의 동서대학교 국제관계학과 브라이언 마이어스(Brian Myers) 교수는 김 위원장이 과거 당 차원의 행사를 통해 요직을 맡으면서 부상한 것처럼 9월 당 대표자회의를 통해 김정은이 당의 핵심 직책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한, 마이어스 교수는 서방 언론에서 권력세습이 중국의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러한 증거는 없다고 말하고, 김정은으로의 권력이양이 순조로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선군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북한에서 외부세계와의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권력을 유지하는 것은 어떤 지도자가 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마이어스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초대 북한주재 영국 대사를 지낸 짐 호어 박사도 2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누가 후계자가 되든지 선군정책을 바탕으로 정권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