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은 '명제판' 내린 이유

함경남도 함흥의 룡성기계연합기업소에 나란히 걸린 김 위원장과 김정은의 현지지도 현판.
함경남도 함흥의 룡성기계연합기업소에 나란히 걸린 김 위원장과 김정은의 현지지도 현판.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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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당국이 각 도 보위부 책임간부들의 사무실에 게시되었던 후계자 김정은의 '명제'판을 내리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의 후계구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최근 들어 북한당국이 국가보위부 산하 각 도 보위부 부장, 책임비서 사무실들에 게시했던 후계자 김정은의 '명제판'을 내리도록 조치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도보위부에 게시했던 후계자 김정은의 명제판을 갑자기 모두 회수했다"며 "후계자의 위대성에 손상을 줄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회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한 확인을 요청 받은 함경북도의 소식통도 "보위원들속에서 그 일(명제판 제거조치) 때문에 말들이 많다"며 "12월 초라고 하는데 딱히 언제, 어떤 지시에 따라 그런 조치가 취해졌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매 기관, 기업소들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요발언 가운데서 자신들과 관련된 내용만 추려서 교실이나 사무실들에 걸어 두는데 이를 가리켜 '명제판'이라고 합니다.

국가보위부는 후계자 김정은의 생일인 올해 1월 8일을 맞으며 북한 최초로 "나의 정치는 정보정치입니다"라는 김정은의 명제판을 만들어 각 도보위부 부장, 책임비서의 방들에 게시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이는 지난 2009년 3월 23일 국가보위부를 방문한 김정은이 "어버이 수령님(김일성)은 광폭정치를 했고 우리 장군님(김정일)은 은덕정치를 펼쳤지만 나의 정치는 정보정치가 될 것"이라고 한 내용 중에서 솎아낸 말로 보위원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게시됐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의 명제판이 게시되면서 국가보위부 일각에서는 자칫 후계자 김정은이 폭군이나 음흉한 모략가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합니다.

때문에 최근 국가보위부가 후계자 김정은의 명제판을 내린 조치에는 이런 우려가 주로 작용하는 한편 전반적으로 불안한 북한 정세가 반영됐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판단입니다.

소식통들은 "인민들의 생활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후계자 김정은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게 흐르고 있다"며 "그런 인식을 바꾸고 선전사업을 보다 실속 있게 진행하기 위해 당분간 김정은의 위대성 선전도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북한 당국이 김정은 후계구도 정착에 노심초사 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