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북 김양건 사망에 조의 표명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교통사고로 지난 29일 오전 6시15분 사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교통사고로 지난 29일 오전 6시15분 사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남한 정부가 북한의 김양건 비서 사망에 조의를 표명했습니다. 한편, 북한의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 최룡해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 김양건 비서의 사망과 관련해 30일 오전 판문점 연락관 통로를 통해 홍용표 통일부 장관 명의로 조의를 표명했습니다. 평양에 조문단을 파견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측 주요 인사가 사망했을 때 남측이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조의를 표명한 것은 백남순 외무상 사망 이후 8년 만에 처음입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오늘 10시 40분경 통일부 장관은 통일전선부 앞으로 김양건 당 비서 및 통일전선부장의 사망과 관련하여 전통문을 발송하였습니다. 지난 8월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에서 함께 의미 있는 합의를 이끌어 낸 김양건 당비서 및 통일전선부장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조의를 표합니다.

이번 조의 표명은 3주 전 남북 차관급 당국회담이 결렬된 후 남북관계가 정체된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정 대변인은 김양건의 사망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단정하긴 어렵다”면서도 “대남사업을 총괄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관련 영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양건은 북한 시각으로 29일 오전 6시 15분에 73세를 일기로 사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습니다. 사인은 “교통사고”입니다. 사고 발생 시점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북한에서 주요 인사의 사망 원인으로 교통사고가 자주 등장했기 때문에 김양건의 사망과 관련해서도 ‘권력 암투설’을 포함해 다양한 추정이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교통사고가 아닌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또는 '교통사고 원인이 뭐다'라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은 첩보에 관련된 사항들이 계속 그전에 있었기 때문에 제가 그것을 일일이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안 맞는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교통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인사는 2003년 김용순 당 대남 담당 비서와 2010년 리제강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입니다.

한편, 북측이 발표한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 최룡해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최룡해는 지난달 8일 공개된 리을설 인민군 원수 장의위원 명단에서 빠져 신변 이상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장의위원 명단에서 다시 이름을 올림으로써 최룡해가 당 비서로 복권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남한 내 북한 전문가들은 평가했습니다.

이밖에 장의위원 명단에는 그간 숙청 또는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던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의 이름도 포함됐습니다. 김완수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 서기국장도 원동연 부부장보다 먼저 언급됐습니다.

이들 중에서 김양건의 후임자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다수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전망합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그 중에서도 김완수 조국전선 서기국장이 더 유력해 보이는데, 이 인물은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 민족화해협의회 의장, 그리고 6.15 공동선언 실천 남북 공동위원회 북측 위원장 등을 맡고 있어서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보다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김양건 비서의 시신은 평양시 보통강 구역 서장회관에 안치됐고 발인은 31일 오전 8시로 알려졌습니다.

남측은 북측의 주요 인사가 사망했을 때 정부 차원에서 조의를 표명한 전례가 있습니다.

2005년 연형묵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사망했을 때와 2006년 임동옥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이 숨졌을 때 남북 장관급 회담 북측 수석대표였던 권호웅 내각참사에게 통일부 장관 명의의 전통문을 보내 조의를 표했고, 2007년 백남순 외무상 사망 때는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조의를 표명했습니다.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숨졌을 때 남한 정부는 담화문을 발표해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고,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에는 정부 차원의 조전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