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긴장이 지속될 경우 이는 중국 경제에도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고 위원은 또 북중 수교 60주년을 맞이해 양국 정상 간 교류 방문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을 회복하는 정도에 따라 김 위원장이 북경을 직접 방문하거나 아니면 호금도 주석이 평양을 방문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박성우 기자가 고 위원과 전화로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박성우:
고영환 수석연구위원님, 안녕하세요.
고영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네, 왕가서 중국 공산당 대외 연락부장이 2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걸로 보도됐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8월 아파 누웠다는 소식이 있은 다음에 이렇게 외빈을 직접 만난 게 보도된 건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아무래도 방문한 것이 사실이고, 그것을 신화통신이 보도한 게 나온 만큼,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많이 회복된 것으로 일단 확인은 할 수 있는 사실이고요. 또 올해 수교 60돌을 맞으면서 두 나라 사이에 많은 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박성우:
위원님, 이번 회동을 통해서 양측이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털어놓았을 텐데요. 먼저, 북한이 중국에 전한 이야기가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중 외교관계 60돌은 아주 큰 행사거든요. 아마 북한과 중국 사이 최고급 인사들의 교환 방문이 틀림없이 토의됐을 것이고. 북한은 왕자루이 대외연락부장에게 후진타오 주석이나 원자바오 중국 총리 등 최고위급 지도자들이 60돌을 맞이해서 평양을 방문해달라는 이야기는 꼭 했을 것 같고요. 그 외에, 행사 계획도 틀림없이 논의했을 거로 생각합니다.
박성우:
예를 들자면, 어떤 행사를 말할 수 있나요?
고영환:
북경과 평양에서 큰 규모의 경축 대회라든가, 경축 공연, 큰 고위급 대표단, 그러니까 당 대표단, 국가 대표단, 아니면 정부 대표단, 문화 대표단, 예술 대표단, 이런 각종 대표단의 교환 방문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지요.
박성우:
위원님, 북한은 항상 물자 부족, 식량 부족 때문에 고생을 하는데. 이번 회동을 계기로, 혹시 관련된 논의가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과 중국 사이에 계속 진행되는 이야기는 지원 문제거든요.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북한은 꼭 지원을 요청했고요. 중국은 북한이 요청하는 것만큼 항상 들어주지는 못했지만, 성의 표시는 항상 해 왔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큰 행사를 맞으면서 식량과 원유, 석탄, 전략 물자 같은 것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했을 것이고. 중국이 상당 부분 허락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서요, 왕가서 부장과 김정일 위원장이 면담했을 때, 중국이 북한에 전한 이야기는 뭐라고 보시나요?
고영환:
이건 뭐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100퍼센트 회복됐을지, 이건 아직 누구도 모르는데. 어쨌든, 이번 기회에 가서 김정일 위원장이 (수교) 60돌이 되는 이번 해에 북경을 방문해 달라, 이런 후진타오 주석의 초청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중국도 이번 60돌 행사를 크게 하겠다, 이번 60돌 행사에 중국 지도부가 큰 관심이 있다, 이런 문제를 분명히 이야기했을 것이고.
또 중국으로서는 북핵 문제가 있으니까.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했는데, 북한의 핵에 대한 입장이 뭔지,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와 어떤 방법으로 관계를 추진하려고 하는지를 직접 들어보려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박성우:
김정일 위원장의 북경 방문, 실현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후진타오 주석이 평양을 갈 것인지, 아니면 김정일 위원장이 북경을 갈 것인지. 그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정말 8월 이전처럼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을 만큼 회복되었는지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후진타오 주석이 평양을 갈 수도 있을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라면 김정일 위원장이 (북경을) 갈 수도 있을 것이고. 아마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따라서 누가 오고 가는 건 그때 가서 결정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위원님, 미국에서 오바마 정부가 출범했잖습니까. 때를 맞춰서 이렇게 북중간 고위급 인사 교류가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인데요. 이번 왕가서 부장의 평양 방문, 중국 입장에서 볼 때는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시나요?
고영환:
중국에서는 아무래도 오바마 행정부가 취임한 이후, 북한이 적극적인 자세로 나올 것을 감지하고 있었을 것이고, 또 이전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거라고 보는데요. 어쨌든, 중국으로서는 북한을 최대한 좀 끌어안으려고 하는, 그러니까 아무래도 북한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외교적인 측면에서 줄다리기할 거고 줄타기를 하려고 할 겁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중국은 좀 더 (북한을) 끌어안으려고 하는 포석의 하나로 보이고요.
또 한가지는, 핵 문제와 관련해서 중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 (북한이) 미국보다는 중국과 가까이해서 문제를 푸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일종의 외교적 메시지를 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박성우: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지난 12월 한국의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북경을 찾았을 때, 바로 이 왕가서 부장과 3시간 이상 면담을 했던 걸로 알려졌거든요. 그래서 현재 남북관계에 대한 한국의 입장이 왕가서 부장을 통해서 북한에 전달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추정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저는 거의 100퍼센트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로 봅니다. 중국으로서도 한반도에서 긴장 상태가 고조되고. 얼마 전 북한 총참모부 대변인이 군복을 입고 성명을 직접 발표해서 긴장 상태를 만들었는데. 이런 것은 중국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안 좋은 것이에요. 중국으로서는 한반도 평화 안정이 있어야 중국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관점에서도 틀림없이 한국의 입장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한국의 실용 정부가 북한과 실질적으로 마음을 열어놓고 대화를 하고 싶어한다, 또 대화를 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만나보라, 일단 만나서 이야기를 서로 해야 오해가 뭔지, 오해가 있었으면 그것을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지, 이런 것들을 알 게 아닌가, 그러니 만나는 게 중요하지 않겠나, 이런 의견을 전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왕가서 부장의 김정일 위원장 면담 소식에 대해서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고영환 수석연구위원님과 말씀 나눠봤습니다. 고영환 위원님, 오늘 감사드립니다.
고영환: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