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 “한국 자발적 응원문화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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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요즘 월드컵 축구로 한국은 또 다시 열광적인 응원의 도가니에 빠져들었습니다. 열정적이지만 질서있는 한국의 응원문화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데요. 수동적인 집체생활에 익숙했던 탈북자들은 한국 국민들이 스스로 나서 응원으로 하나 되는 모습에 놀라워하며 월드컵 응원문화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장소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8강까지 가지 않을 가싶어요. 오늘 경기가 관건이라고 보거든요.

남아공 월드컵, 한국과 그리스 전이 열렸던 지난 12일 저녁,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맥주집에 20여 명의 남성들이 모여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경기를 지켜봅니다.

40인치 정도의 대형 텔레비전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들은 대다수가 탈북자들로 구성된 경평축구단 단원입니다. 월드컵 본선 첫 경기에 나선 한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입니다. 평소에는 직장에 다니고 주말에는 모여 축구시합을 하면서 서로 친목을 쌓아온 이들 중엔 평소에는 잘 입지 않던 붉은색 셔츠를 오늘 만큼은 특별히 꺼내 입고 나온 사람도 있습니다.

한국 국민들은 한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할 때면 한국축구팀의 대표 응원단인 '붉은 악마'처럼 붉은색 셔츠를 입고 응원합니다.

: 나는 여기 올라고 하나밖에 없는 붉은 티샤쯔 입고 나왔어요

붉은색 셔츠를 입고, 한국 사람들이 하는 대로 '대한민국'을 크게 외치며 흥을 돋구기도 합니다.

그리스 하고는 한국이 이겨요. 한국 화이팅! 남아공 하고 멕시코 하는 거 보고 신심 딱 가졌어요. 시작~~ 대한민국~ 짝짝짝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세계에 널리 알려진 한국 응원문화의 상징은 붉은색 셔츠와 일정한 박자에 맞춰 외치는 '대한민국'이라는 구호입니다.

2002년 월드컵 때 4강에 든 기적같은 월드컵 역사를 이룩한 한국 축구팀과 함께 한국 국민들의 열광적이면서도 일사불란한 응원은 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다시 한번 '대한민국'을 외치는 열정적인 응원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그리스전이 열린 지난 12일에는 서울 시내 40여 곳에서 70만 명이 넘는 응원 인파가 열띤 응원을 벌였습니다. 비가 오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모여든 응원 인파로 서울광장은 붉은색으로 뒤덮였고 모여든 이들은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쳤습니다.

탈북자들은 처음 한국에 와서 한국의 이러한 응원문화를 봤을 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일사천리로 열렬히 응원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한결 같이 말합니다.



남자1: 남한에 와서 봤을 때는 강압적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한다는 게,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한다는 게 놀라 웠구요. 조국애라든가 그런 게 너무 높은 거 같아요.

남자2 학교 때나 공장에서 집단적으로 응원하는 거 있잖아요, 거기는 응원도 시키는 대로 하잖아요 여기는 시키는 대로 하는 거 아니고 분위기에 따라서 몰려가서 하는 거 같아요. 시청 앞에 몰려가서 하는 것도 그렇고, 단체로 빨간옷을 입고 하는 것도 그래, 붉은 악마해서 하는데 그런 거 보면서 북한하고 남한하고 비슷한데 다르다. 북한은 시키는 대로 하는데 남한은 성수가 나면 다같이 나와서 함께 하는 거 맞춰서 하는게 다른 거 같아요. 여기 사람들이 좀 이상한 데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왜 저렇게 나와서 야단치는 가 그랬거든요 시켜서 하는 건지 .... 지금은 이해가 돼요. 오래 좀 살다보니까 나도 좀 나가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 못나가는데 그런 게 사는 재미인거 같아요

여자: 축구는 남자들만 하고 남자들만 보는 것 인줄 알았어요 응원문화에 대해 제일 강렬한 느낌을 받은 게 2002년 중국에서예요. 제가 그때 한국에 오려고 식당에서 일하면서 말을 배우고 있는데 그때 한일 월드컵이 열리고 있었어요. 식당마다 막 사람들이 와서 음식 먹으며 티비를 보며 응원을 하잖아요. 저는 처음 그런 응원문화를 봤어요. 중국이 떨어지니까 한국하고 일본이 남았는데 중국인들이 한국을 응원하는 거예요. 너무 열광적으로 하고 그때 처음 월드컵 경기장에서 거리에 나와서 티셔츠 입고 대한민국 그 함성 야, 진짜 대단하더라구요. 식당에서 일하다가 잠간 일하다가 골이 터 질 때 마다 나와서 쳐다보고...........

탈북자들은 한국의 자유로운 응원 문화를 경험하며 북한 당국이 체육 경기마저도 정치 선전에 이용해왔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장군님 우리들 꼴을 넣었습니다. 세계에.. 이런게 쇼잖아요. 그럴 때도 그걸 모르고 김정일 장군님 감사합니다. 이게 참 웃겨요. 이게 불쌍하고 월드컵에서는 엄청난 돈을 벌어도 하나도 차려지지 않잖아요.

북한에서 전문 축구단 선수생활을 했던 경평 축구단 단장 이민서 씨는 어느 새 크게 발전한 한국 축구와 한국의 응원문화가 부럽기만 합니다.

이민서: 자기 울타리 안에서만 보는 시야가 굉장히 좁고 북한에서 그 사람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려는 것은 아닌데 능력은 되는데 보는 시야가 좁으면 그건 어쩔 수가 없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처럼 계속해서 세계의 축구문화를 따라가면서 우리도 축구선진국이 아니고 2002년도 월드컵 안방에서 하면서 그게 계기가 됐기 때문에 오늘의 경기모습을 보 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같혀 있다보니까 김정일 독재정권을 가지고 세상에서 으뜸가는 나라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나와 보니까 아니잖아요. 축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 그래서 북한 축구는 아직 발전을 하지 못햇던 것이고.. 북도 이런 남한의 시스템을 따라가야 해요.. 그게 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사라질 거예요.



이번 남아공월드컵을 계기로 그 동안 천안함 침몰사고로 침체돼 있었던 한국 사회 분위기도 한결 밝아지고 있습니다. 탈북자들도 국민이 하나 되는 축구 응원에 동참하며 경기를 그 자체로 즐기고, 응원할 때만큼은 국민들이 하나 되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체육 경기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와, 정말 꼴 넣을 때 제가 저 아니죠. 뭔 소리 했고 뭔 응원했는지도 모르겠구요. 민족적 자존심이 넘쳐났어요. 눈물 났어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열심히 뛰어줬다는 게 참 고맙네요.

탈북자들은 남북한이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동반 진출한 만큼 최선을 다한 경기로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