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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한 한 미군 병사의 ‘퍼플 하트’ 훈장이 동네 중고품 판매대에서 1달러에 팔렸다가 우여곡절 끝에 가족의 품으로 되돌아갔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30일 미국 남부 앨라배마 주의 걸리에 위치한 한 오래된 2층 집. 주디 크라우스-모블리 여사 가족은 떨리는 두 손으로 그레이슨 테이트 예비역 육군 소장이 건네주는 퍼플 하트 훈장을 받아 가슴에 꼭 껴안았습니다.
이날 크라우스-모블리 여사가 건네받은 자줏빛 하트 모양의 이 훈장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전사한 사촌 비어 크라우스에게 수여됐던 겁니다. 크라우스 이병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9월8일 낙동강 전투에서 북한군에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했습니다. 당시 한국에 파병된 지 3주도 채 안 된 상태였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듬해인 1951년 1월2일 크라우스 이병에게 다른 7개의 훈장, 메달과 함께 미국에서 제일 오래된 훈장 중 하나인 퍼플 하트 훈장을 수여했습니다. 크라우스 이병에게 수여된 퍼플 하트 훈장은 1949년 그가 군대에 입대하기 전까지 그를 길렀던 할머니에게 전달됐지만 1970년 그녀의 사망과 함께 행방이 묘연해졌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가족의 기억 속에서도 잊혔던 이 퍼플 하트 훈장은 올 초 일리노이 주의 잭슨빌에서 발견됐습니다. 동네 아이들이 가지고 놀다 싫증난 헌 장난감을 팔기 위해 쌓아놓았던 중고품 판매대에서, 훈장 뒤편에 ‘비어 크라우스’라는 이름이 선명히 새겨진 채로 말입니다.
당시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한 남자가 단돈 1달러에 이 퍼플 하트 훈장을 구입했습니다. 훈장이 진품임을 알아본 이 남자는 아이들이 가지고 놀 물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보고 지역 언론을 통해 애론 샤크 연방 하원의원에게 훈장의 주인을 찾아달라고 부탁했고 결국 수소문 끝에 지난달 초 앨라배마 주에 사는 사촌인 주디 크라우스-모블리 여사 가족에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이날 한국전쟁에서 젊은 나이에 숨진 사촌의 훈장을 되돌려받은 크라우스-모블리 여사는 마치 크라우스 이병이 살아 돌아온 듯 감격스러워했다고 지역 일간지인 헌츠빌 타임스는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