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관련 기밀문서 1,300여 건 첫 공개

MC:

미국 중서부 미주리 주에 있는 트루먼 박물관에서 최근 기밀해제된 중앙정보국(CIA) 비밀정보와 우드로 윌슨 센터가 소장한 냉전시대 문서 등 한반도와 한국전에 관한 학술회의가 열립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국전 발발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이 특별행사는 ‘새 문서와 새 역사: 한국전에 대한 21세기 시각’이라는 제목으로 트루먼 박물관에서 6월 16일과 17일 양일간 열립니다.

이 학술회의에서는 한국전 당시 미국의 중앙정보국(CENTRAL INTELLIGENCE AGENCY)에서 수집하고 분석한 정보를 기록한 문서 1천 300여 건이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한국전과 관련한 기밀 문서가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트루먼 박물관의 디바인 관장입니다.

디바인 관장: 미국의 중앙정보국은 한국전쟁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전쟁과 관련한 첩보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947년 설립된 중앙정보국이 처음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한 전쟁이었죠.

이 중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수집된 900 여 건의 첩보 문서는 이번에 처음 공개되거나, 새로운 사실이 첨가돼 다시 공개되는 것입니다.

트루먼 박물관의 마이클 디바인(Michael Devine) 관장입니다.

디바인 관장: 북한에 외교공관이 있었던 전 공산국가 체코슬로바키아와 루마니아 외교관이 작성한 문서가 있어요. 김일성(국가주석)이 한국전을 일으키기 위해 중앙집권체제를 강화하고 군비를 증강한 것, 전쟁 당시의 상황 그리고 한국전이 한반도에 미친 영향을 보고한 기록입니다. 한국전을 전후한 정치적 상황에 대한 새로운 연구 자료가 생긴 셈입니다.

중앙정보국 관리는 학술회의 전에 마련된 기자회견 장에서 이번에 공개된 자료를 통해 미국정부가 1947년부터 구소련은 물론 북한에 대해서도 정기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으며 중국이 한국전에 개입할 때까지 중공군의 위치나 움직임도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앙정보국은 한국전을 전후해서 수집한 정보가 얼마나 정확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당시에는 공산국가들이 구소련의 지휘를 받는 오케스트라와 같다는 ‘MONOLITHIC COMMUNISM’ 즉 ‘공산권은 하나’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중앙정보국 관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북한 등의 지역적인 정치, 군사 상황도 관찰하는 다각도의 첩보 활동이 이뤄지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구소련의 지휘하에 북한이 남침을 한 것이 아니라 북한이 먼저 ‘통일’을 해야한다고 선전하며 소련과 중국에 차례로 접촉해 남침을 허락받았다는 것입니다. 한국이 한국전 발발 당시 미국의 방위범위(Defense Perimeter)에서 제외되어 있었다는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대해, 한국에 전쟁이 발발해도 방위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중앙정보국 관리는 분석했습니다.

한편,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우드로 윌슨 센터(WOODROW WILSON INTERNATIONAL CENTER FOR SCHOLARS)가 수년간 수집한 냉전시대 역사에 관한 자료도 공개됩니다.

우드로 윌슨 센터는 과거 냉전시대의 한반도 상황에 대해 중국, 러시아, 폴란드 등 공산권 국가에 보존된 기록 문서를 수집해 번역하고 전자 문서로 작성한 것을 공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