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최근 들어 자주 나왔습니다. 북한이 천안함 사태를 북한 소행으로 결론을 내린 한국 발표에 불만을 품은 데다 한반도를 둘러싼 남북한 간의 여러 상황이 이전보다도 훨씬 열악하게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다수 전문가는 남북한 사이의 갈등이 설전이나 국지전에 그칠 뿐 전면전으로 발전하기는 여러 정황상 매우 어렵다고 전망합니다. 이에 관한 이모저모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한반도/조선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어떤 배경에서 나왔나요?
기자: 올해 들어 남북한 관계가 더 악화한 가운데 북한이 3월 하순 한국 해군 함정인 천안함을 폭침시켜 한반도의 긴장이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가 이에 대응해서 교류/교역의 전면 보류 같은 여러 보복 조치를 내놓았습니다. 특히 북한은 한국 정부가 재개하려는 대북 방송에 아주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서 휴전선 일대의 확성기를 조준/격파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그 몇 배로 보복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는 위협을 하며 개성공단 내의 한국 관계자를 인질로 삼을 뜻도 은근히 비쳤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측 사이의 일촉즉발(一觸卽發)은 전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예상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상당수 대북 전문가는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을 어떻게 봅니까?
기자: 그 가능성을 어렵다고 봅니다. 이들은 국제정치학, 남북관계, 북한이 전쟁을 수행할 능력, 남북한이 입을 피해 등 여러 관점에서 전면전이 발생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합니다. 특히 북한을 직접 경험한 상당수 탈북자는 북한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전면전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그렇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북한이 국지전을 일으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전망합니다. 또 북한은 남한에 대한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려고 각가지 형태의 위기 국면을 조성한다고도 관측됩니다. 위기 국면의 조성이 없으면 그마나도 북한은 잊혀진 존재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항상 위기 국면을 만듭니다.
앵커: 우선 한반도/조선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을 국제정치학적인 측면에서 분석해서 말씀을 해주시지요?
기자: 현재 한반도 주변의 강대국 중국과 미국이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특히 중국은 아직도 경제 개발에 매진하는 과정에 있어 한반도의 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북한이 이러한 상황을 알면서 전쟁을 일으키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그 여파는 전 세계로 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 강대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해서든 막아보려고 할 것입니다. 북한은 중국이 반대하면 전쟁을 일으키기가 어렵다고 보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국제적 문제에 관해서 중국과 협의한다는 5개 협력 방안을 내놓은 바도 있어서 전면전에 걸림돌을 안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도 전쟁을 원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은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어서 한반도에서도 국익과 밀접한 전쟁이 다시 발발하는 상황을 원치 않고 있습니다.
앵커: 북한의 취약한 경제력 때문에 남북 전면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지요?
기자: 그런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남한과 전면전을 벌이기가 어렵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진단입니다. 북한은 현재의 경제적 능력으로 보아 패전을 면치 못한다고 관측됩니다. 특히 탈북자들은 북한의 식량/ 유류는 바닥이 날 정도여서 전쟁 수행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탈이념 시대를 맞아 이젠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상당한 원조가 온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렇다 해도 북한이 한국과 경제력에서 워낙 차이가 많이 나 전면전을 오래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봅니다.
앵커: 북한은 경제적 능력 외에 군사적 능력도 없다는 이야기까지도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한국군과 미군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여서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미연합사가 존재하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이 효력을 발휘하는 한 전면전은 무모할 수도 있습니다. 전면전이 장기화할 경우엔 위에 언급한 경제적 능력은 군사적 능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물론 현재의 북한 전력은 만만치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라 해도 북한군이 한국군과 미군의 전력을 감안할 때 이들을 상대한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북한 지도부는 이러한 군사력보다는 전면전을 벌일 경우 승산이 없어 자신들이 권좌에서 모두 내려와야 한다는 사실을 더 두려워할 수도 있습니다.
앵커: 북한을 직접 경험한 탈북자들은 북한이 전면전을 수행할 능력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대다수 탈북자는 북한이 체제 결속이나 기타의 다른 목적으로 전면전 가능성을 내놓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북한이 실제로 군사 행동에 들어갈 의도가 있다면 이렇게 말을 꺼내지는 않는다고 이들은 말합니다. 탈북자들은 매우 열악한 북한의 경제 능력을 감안한다면 전면전을 수행하기는 정말로 어렵다고 진단합니다. 북한은 이처럼 전면전을 일으킬 능력이 되지 않지만 생존의 차원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처럼 긴장만 고조시키고 있다고 이들은 진단합니다.
앵커: 남한은 북한이 전면전을 일으키는 데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요?
기자: 전면전을 일단 싫어하는 분위기입니다. 전면전이 일어난다면 남한이 궁극적으론 승리를 하겠지만 처러야하는 대가는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서울은 휴전선과 가까워서 개전 초기에는 북한의 장사정 포에 상당한 피해를 입는다고도 관측됩니다. 수도권 지역에 인구 약 2천4백만 명이 살고 있어 엄청난 인명 피해가 날 수도 있습니다. 한국 정부와 국민은 이러한 상황을 결코 원하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는 피해를 복구하는 데에만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다시 후진국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 위험 부담을 안으려 하지 않습니다.
앵커: 북한이 전면전을 일으킬 경우 내분이 일어나서 더 큰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북한이 이 때문에 선뜻 전면전으로 나서지 못할 수도 있지 않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정권은 반체제 세력을 항상 두려워합니다. 북한 체제에서 심한 박해를 받은 인민이 전면전과 같은 혼란한 상황에서 그대로 정권에 순종한다고 예상할 수는 없습니다. 북한 정권은 이들을 체제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보고 먼저 손을 쓴다고 보입니다. 그런데 이들도 북한 지도부의 이 같은 의도를 알고 대처하기 때문에 혼란은 올 수밖에 없다고 보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짚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