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정전 56돌] 미국 일제히 조기 게양

한국전 정전 56주년 기념행사가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열렸습니다. 미국 정부는 한국전쟁 종전일을 기념해 27일 주요 연방정부 건물에 일제히 조기를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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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기자가 보도합니다.

무더운 한여름의 날씨 속에 워싱턴의 한국전쟁 기념탑 앞에서 56주년 한국전 정전기념식이 열렸습니다.

이날 기념식은 한국전쟁참전군인재단(Korean War Veterans Foundation)과 한국전정전일위원회(Korean War Veterans Armistice Day Committee)가 주최했고,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국과 한국 재향군인들을 포함해서 미국과 한국정부를 대표한 에릭 신세키 보훈장관과 한덕수 주미 한국대사, 그리고 일반 미국인 등 3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기념식은 참전군인으로 구성된 악단의 연주로 시작해서 여든을 넘긴 한국전 참전군인들이 미국과 한국의 국기와 군기를 들고 입장했고 두 나라 정부 대표의 기념사로 이어졌습니다. 이어서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실종된 병사의 딸이 60년 가까이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아버지의 안위를 기원하는 추념식을 연출해서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했습니다.

미국 정부 대표로 기념사를 한 신세키 보훈장관은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영국, 호주,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엔 연합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17개 나라를 일일이 호명하면서 한국이 지금 누리는 민주주의는 60여 년 전 평범했던 많은 사람의 희생으로 가능했다"며 미국을 비롯한 유엔군의 참전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신세키:한국전쟁 참전군인의 희생으로 미국은 자유의 땅, 용기의 본가, 자유의 수호자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날 정전 기념식이 열린 한국전쟁기념공원과 인접한 백악관을 비롯한 워싱턴 기념탑과 의회 등 미국 전역의 관공서에는 성조기가 조기로 게양됐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포고문을 통해 7월 27일을 한국전 참전용사 휴전일로 지정하고 연방정부의 모든 기관에 성조기를 조기로 달도록 지시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전쟁의 정전일을 기념하는 포고문을 발표하기는 워싱턴의 국립공원에 한국전쟁 기념탑이 만들어진 1995년부터 2003년까지 법으로 매년 7월 27일 조기를 달도록 한 이후 6년만입니다.

이보다 앞서 미국 의회는 휴전일인 7월 27일 국가 관공서에 조기를 의무적으로 달도록 하는 ‘한국전쟁참전용사인정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한국전쟁참전군인연합(Korean War Veterans Association)의 윌리엄 맥 스웨인 회장은 미국 정부와 의회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그동안 ‘잊혀진 전쟁’으로 저평가 받던 한국전쟁과 참전 군인들의 명예가 회복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반겼습니다.

맥 스웨인:한국전쟁의 휴전을 합의한 7월 27일을 잊지 않도록 법을 만든 의회에 감사드립니다. 이제 참전군인들은 여생 동안 잊히지 않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기념식 입구에서 안내장을 나눠주던 밥 골든 씨는 자신이 1951년부터 한국전쟁에 참전해 철원과 의정부 등지의 전투에 참전했다고 소개했습니다. 골든 씨는 56년 전에 이미 한국전의 포화는 멈췄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덧붙였습니다.

골든:한국에서 처음 봤던 서울은 처참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이 잘 사는 나라로 발전해서 행복합니다. 한반도에서 공산주의를 막았다는 자부심을 가집니다.

한편, 이날 오후에는 워싱턴 인근의 알링턴 국립묘지에 있는 무명용사 묘에 헌화하는 기념식과 미국 의회의 참전군인을 초청한 만찬 등 한국전 정전일과 관련한 행사들이 하루 종일 이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