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간부층이 한류 열풍 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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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은 주민들이 한국 물건을 사용하거나 남쪽의 영화나 음악을 보고 듣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나 음악을 보고 듣는 계층은 오히려 이를 단속해야 할 간부층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북-중 국경을 오가며 보따리 장사를 하는 평양주민 조 모 씨(화교, 여)는 “한국 물건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한국 영화나 노래를 담은 알판을 가장 많이 구입하는 계층은 고위 간부들과 그 가족들”이라고 말합니다. 조 씨는 자기가 가지고 들어가는 한국 물건을 찾는 것은 주로 고위 간부층이지 일반 서민들은 쉽게 접할 수 없다고 전합니다.

또 조 씨는 일반 서민들은 한국 물건을 사용하고 싶어도 너무 비싸 구입할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실정인데도 단속의 손길은 늘 힘없는 백성들만 겨냥 한다고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북한 내부에서 주민들을 통제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가장 흔한 것이 바로 검열입니다. 그 중에서도 비사회주의 요소를 척결한다는 소위 ‘비사 그루빠 검열’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연중 실시됩니다. 그리고 이 ‘비사 그루빠 검열’은 주로 한국과 관련된 것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한국 물건과 문화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접하는 고위간부 계층은 항상 단속대상에서 제외되고 애꿎은 서민들만 괴롭힌다는 얘깁니다.

북-중간의 소규모 무역상인 정모씨는 또 다른 증언을 내놓았습니다. “북조선의 대표적인 단속품목인 한국 CD 알판이 중국에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다들 알고 있지만 이것은 옛날 얘기”라고 강조합니다. 최근엔 한국 텔레비전 시청이 가능한 간부들과 그 가족들이 몰래 제작해 돈을 받고 시중에 유포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정 씨는 “평양의 당과 보위부 고위 간부 집에는 위성안테나를 설치해 한국 텔레비전 시청이 가능한 집이 꽤 있고 그런 집 자녀들이 한국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영화나 연속극을 부모들 몰래 녹화해 놓고 이를 CD로 만들어 팔아 용돈을 벌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정 씨는 “서민들이 남쪽 CD 알판을 한두 개 구입해서 보다가 적발되는 경우가 있는데 조사과정에서 출처가 고위 간부 계층임이 들어날 경우, 조사는 흐지부지 되고 만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간부층 외에 비사 그루빠 단속에서 약간의 예외가 허용되는 대상은 중국 공민들, 즉 화교들입니다.

중국 단동에서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평양출신 화교 왕 모양(20대 초반)은 “화교들의 경우, 한국 드라마나 영화, 알판(CD)을 집안에서만 본다는 조건 아래 눈감아주는 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웃에게 보여주거나 외부로 유출시키면 처벌됩니다.

왕 양은 “친한 동무가 한번만 보자고 사정하면 거절하기가 어려워 몰래 보여주거나 빌려주는 경우도 있는데 만약 이런 것이 적발되면 최소 5년 이상 노동 단련대에 끌려갈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북한 당국은 북한 내부에 퍼져있는 소위 ‘한국의 때’를 벗기려 안간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국 물건은 물론이고 최근에 젊은이들 사이에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한국의 연속극, 영화, 노래도 그 대상입니다.

그러나 ‘한국 문화에 대한 향수’는 간부층에 이미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어 단속의 강도를 아무리 높인다고 해도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라는 게 이들 주민들의 한결같은 주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