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이 홍대를 가고싶어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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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 유입된 남한의 텔레비전 연속극이나 영화가 북한 주민들의 대남 인식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국적자 100명을 상대로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통일이 되면 이들이 가 보고 싶은 곳으로 남한의 홍대와 제주도가 언급됐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한의 조선일보와 TV조선이 통일문화연구원과 공동기획한 ‘중국 내 북한 주민 100명 심층 인터뷰’ 결과, 이들 중 96명은 남한 주민을 “친근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한은 “적대 대상”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2명뿐이었습니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중국을 다섯차례 오가며 북한 주민 100명을 직접 인터뷰한 강동완 동아대학교 교수는 북한 주민들이 남한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이유가 북한에 유입된 남한의 TV 드라마와 영화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 북한에서는 남한에 대한 적대적인 교육을 받았는데요.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한국의 발전된 모습, 특히 드라마에 나오는 홍대 거리나 제주도의 모습을 보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강 교수는 응답자 49%가 북한에서 남측 영상물을 본 경험이 있고, 이들 중 79.6%가 “남한에 대한 인식이 매우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남한 영상물 속에 비친 대도시와 관광지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가보고 싶은 곳으로 각인됐습니다. 강동완 교수는 북한 주민들과의 심층 면접에서 한반도가 통일될 경우 이들이 희망하는 방문지로 제주도와 홍대가 언급됐다고 말했습니다.

북측 지도부에게 제주도는 적화 통일을 위해 ‘정복해야 할 땅’으로 인식됐고, 일반 주민들에겐 ‘따뜻한 남쪽 나라’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진 곳이어서 과거부터 북한 주민들이 많이 가보고 싶어 했다는 게 탈북자들의 설명입니다.

홍대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홍익대학교를 뜻하지만,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거리’라는 의미로 통용됩니다. 멋과 맛의 유행을 선도하는 홍대 거리를 북한 주민들도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에 서울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놀라움을 나타냈습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한라산까지 가야 통일이 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어요. 제주도 한라산에 공화국기를 꼽는다는 게 북한 사람들 머릿속에 꽉 박혀있는 생각이거든요. 그러니까 '한라산에 꼭 가보고 싶다', '제주도를 가 보고 싶다'는 건 제가 (북한에) 있을 때부터 많이 있었던 이야기인데, '홍대를 가보고 싶다'는 건 얼마나 한류가 많이 들어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제가 충격을 받을 정도로 놀랐고요.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북한 주민들의 대남 인식 변화뿐 아니라 사회 체제에 대한 인식 변화도 드러났습니다. 북한 외교부 과장 출신으로 1991년 5월 남한에 귀순한 고영환 위원은 이번에 보도된 기획기사들 중에서 북한 주민들이 ‘자본주의 경제를 지지한다’는 보도를 “주의 깊게 봤다”고 말합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예전에는 '자본주의 경제', '장마당 경제'라고 하면 더럽고 못사는 사람들, 먹고 살기 위해 사기치며 사는 장사꾼,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지지한다"는 건 참 충격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이건 북한 사람들이 그동안 얼마만큼 자본주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기 시작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징표가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사회주의 경제와 자본주의 경제 중 어느 것을 더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100명의 응답자 중 69명이 “자본주의를 더 지지한다”고 답했습니다. 반면에 사회주의를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20명이었습니다.

이번 설문조사는 김정은 제1비서 집권 이후 북측 당국으로부터 공식 허가를 받고 중국에 입국한 북한 주민 100명을 상대로 이뤄졌다고 강동원 교수는 말했습니다. 그간 한국이나 중국에서 탈북자를 상대로 인식조사를 한 적은 자주 있었지만, 북한 국적자를 상대로 심층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인터뷰 결과는 지난 월요일부터 3일에 걸쳐 조선일보가 연재했고, TV조선은 금요일까지 관련 보도를 방송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