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83% 북한서 한국영화ㆍ드라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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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북한을 탈출해 일본 앞바다에서 표류하다 구출된 9명의 북한 주민이 한국 영화를 보고 탈북을 결심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 중 83%가 이 처럼 북한에서 한국 영화나 연속극을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사회적으로 (한국 드라마를) 보지 못하게 하지만, 그래도 그걸 피해 가면서 보고.. 그것은 한국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것이고요.”

함북 청진 출신으로 2008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김선영 씨가29일 서울 중구 ‘사랑의 열매’ 회관에서 열린 학술토론회에서 증언한 내용입니다.

김 씨는 북한 주민들이 당국의 계속되는 단속에도 여러 경로를 통해 외부소식, 특히 한국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가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김 씨는 강조했습니다.

한국 영화나 연속극에 심취한 젊은 청년들 사이에서는 주인공의 옷과 머리모양도 따라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선영:

제 친구 가운데 한국 드라마를 굉장히 많이 본 애가 있었는데요. 이 친구 같은 경우에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머리를 갈색으로 염색하고 거리를 다니기도 했습니다.

북한에서 본 한국 영화나 연속극 가운데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연속극 ‘가을동화’로 나타났습니다. 탈북자 198명 중 37명이 꼽았습니다.

그 다음으로 ‘천국의 계단’(29명)과 ‘유리 구두’(15명) 순이었습니다.

북한전략센터가 주최한 이날 학술토론회에서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김화순 박사는 서울과 경기지역에 거주하는 탈북자 19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이 같이 밝혔습니다.

김 박사의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 영화나 연속극을 접해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87.4%에 달했습니다.

특히 한국 영화나 연속극을 본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3.2%가 “본 적이 있다”고 답해 절대다수의 북한 주민이 한국 영화나 연속극을 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화순

: 한류가 가진 잠재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의 가능성, 그러니까 많은 정보를 북한으로 보낼 수만 있다면 북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에 있어서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생각됩니다.

영화 녹화테입이나 알판을 어떻게 구했느냐는 질문에는 친구나 아는 사람으로부터 구했다는 응답이 49.4%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로 22.4%가 장마당에서 구입했다고 답했습니다.

외부정보를 듣기 위해 라디오를 청취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43.1%인데, 이들 응답자 중 55.4%가 미국과 한국에서 한국어로 보내는 대북 라디오 방송을 주로 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가운데 한국의 KBS와 미국의 RFA, 그러니까 자유아시아방송을 가장 많이 듣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