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청년동맹, 한류 저지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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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청년동맹이 외부사조를 뿌리 뺀다고 청년들에게 사상교육을 주입시키고, 몸단장을 단속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단속 기준과 대상이 모호해 청년들의 불만을 사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청년동맹이 얼마 전 평양에서 개최됐던 초급일꾼대회 이후 '부르주아 양식' 척결에 본격 뛰어들었습니다.

최근 국경지방을 방문한 평양의 한 대학생은 "시 청년동맹과 각 대학들에서 김정은의 서한을 외우라고 학생들에게 강요하고 있다"면서 "특히 청년들 속에 뿌리 내린 한국 문화를 완전 뿌리 빼겠다고 벼르고 있다"고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최근 한 달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지난 달 18일과 19일 양일간에 걸쳐 진행된 청년동맹 초급일꾼 대회에 불참하는 대신 '서한'을 보낸 바 있습니다.

이 서한에서 김 제1위원장은 "제국주의자들의 사상문화적 침투책동을 단호히 짓부셔 버려야 한다"고 한류 차단을 강력 주문했습니다.

이에 따라 시군 구역 청년동맹에서는 규찰대를 조직하고, 한국 드라마를 보고 몸단장을 하는 학생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지난 시기 북한에 한국 드라마 등이 대량 유입되면서 젊은이들, 특히 여자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한국 연예인들을 본받아 머리를 길게 기르고 매직하고 다니는 신세대풍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청년동맹은 이러한 긴 생머리를 '자본주의 바람'으로 규제하고, 여대학생들에게 짧은 커트 머리를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대학생은 "현재 짧은 커트 머리를 가리켜 '부인 머리'라고 부르는 데, 미용실에서 한번 조발하자면 미화 2~3달러를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김정은 제1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의 머리 모양을 본 따 붙인 '부인머리'가 젊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정착되고 있다는 겁니다. 또 김정은 제1위원장이 여대생들이 바지를 입고 다니는 현상을 보고 "여성답지 못하다"고 지적하면서 등굣길과 길거리에서는 바지를 입고 다니는 여학생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단속 규정이 모호한 데다, 지방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아 청년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남포시에서 국경지방에 왔다는 또 다른 주민도 "규찰대들이 10대와 20대 여성들을 골라 머리와 바지 단속을 집중적으로 하자, 10~20대들 속에서는 너무 불평등하다고 불만을 표시하는가 하면, 번복되는 김정은의 지시에 혼란스러워 한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집권 초기에 아버지 때 입지 못하게 했던 바지를 여학생들이 입을 수 있도록 풀어주어 주민들로부터 일부 환영을 받은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