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광객이 지난 9월 북한을 방문 중 찍은 '천장에서 물이 새는 고려항공 비행기' 동영상이 인터넷 웹사이트에 게재됐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의 금융회사에 다니는 30대의 로버트 디캠프(Robert DeCamp) 씨는 지난 9월 초 처음으로 '은둔의 나라' 북한으로 가던 중 뜻밖의 경험을 했다고 2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
) 중국 베이징 즉 북경에서 평양으로 가기 위해 고려항공 비행기를 탔는데, 심한 기체 요동 속에서 비행기 천장에서 물이 떨어졌던 것입니다.
디캠프 씨:
북한에 가려고 한다고 하자 많은 사람이 제 안전문제를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두렵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정말 신경이 곤두서게 무서운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같이 간 관광객의 머리 위에서 물이 마구 떨어지는 것입니다. 여행 출발부터 긴장했습니다. 게다가 짐을 올리는 선반에 뚜껑도 없었거든요. 오래된 소련제 비행기였습니다.
디캠프 씨는 몽골, 방글라데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아시아 국가와 코스타리카 등 남아메리카 등 전 세계 35개국을 돌아다녔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올 들어 미국인의 여행규제를 완화하면서 디캠프 씨는 중국 베이징에 있는 여행사를 통해 지난 9월 7일부터 11일까지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한국인 혈통은 아니지만, 평소 한국에 관심이 많아 북한을 방문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선교사이던 증조부가 한국에 정착했으며, 이후 선교사가 된 할아버지와 주한 미군이었던 아버지, 그리고 자신까지 3대가 서울에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또한, 금융계에 종사하는 디캠프 씨는 자신이 여행한 공산주의 국가인 버마, 베트남, 중국 등이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받아들이고 관광객들이 원하는 곳에 자유롭게 갈 수 있도록 하는 데 비해 북한 여행은 일정이 짜여진 대로 움직인 아주 특이한 여행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디캠프 씨:
북한은 중국, 베트남, 라오스 등과 달랐어요. 북한에서는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분단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비무장지대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제가 잠깐씩 방문한 서울과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정치적으로 다른 곳이라는 게 놀라웠습니다.
디캠프 씨는 서양 관광객이 북한의 정치•경제•사회를 직접 경험한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북한을 찾았고, 평양외국어대학을 졸업한 관광안내원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습니다.
영어를 아주 잘하고 똑똑한 이 20대의 안내원은 직설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외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은연중에 드러냈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디캠프 씨는 안내원이 남북한 간에 소득 격차가 심하고 정치적으로 긴장 상황이라는 것 그리고 중국이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발전했다는 사실을 언급해 놀랐다고 밝혔습니다.
디캠프 씨:
일본 식민주의 시대에 제 할아버지께서 한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는데 일본 신앙을 믿지 않는다고 10년 노동형을 받았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안내원은 이 말을 듣고 북한이 적대적 감정을 가진 두 나라인 미국과 일본이 과거에 우방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대해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디캠프 씨는 그동안 언론에서 듣던 것과 달리 비교적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만, 평양에서 비무장지대나 개성으로 이동하는 버스에서는 찍지 말아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얼핏 논밭으로 보이는 지역이었지만 아마 군무기 저장고나 군시설을 감추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그는 짐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