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당국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생모 고영희를 다룬 기록영화를 방영하면서 우상화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영화를 본 주민들에게는 오히려 의문만 확산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생모 고영희의 일대기를 다룬 기록영화를 주민들에게 관람시키고 감상문까지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본 주민들은 오히려 고영희에 대해 여러 가지 풀리지 않는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고 최근 대북소식통이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중국 대련에 나온 한 평양 주민은 "영화는 소문으로만 듣던 고영희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긴 했지만, 이름과 출생지가 전혀 소개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의 의혹만 키웠다"고 말했습니다.
1시간 25분 분량으로 편집된 '위대한 선군조선의 어머님'이라는 이 영화는 고영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훌륭한 아내로서, 또 김정은 제1비서를 낳은 위대한 어머니로 묘사되었습니다.
북한 기록영화 녹취:(고영희 육성)장군님의 어려운 7년 세월을 바로 저는 보아왔으며, 장군님의 가장 어려웠던 그 시기를 언제나 장군님 곁에서 함께 하여왔으며 겪어왔습니다.
북한당국은 이 영화를 주민들에게 공개함으로써, 고영희를 우상화해 김정은 제1비서의 3대 세습을 백두혈통으로 정당화시키고 그에 대한 충성심을 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본 주민들은 "고영희가 나이도 젊었겠는데, 왜 빨리 사망했느냐, 언제 어디서 사망했는지 영화에서 밝히지 않아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는 "위대한 어머니라면 강반석(김일성 생모)이나, 김정숙(김정일의 생모)처럼 고향과 출신 배경, 가족관계가 다 소개돼야 하는데, 고영희는 그런 것을 다 빼고 무작정 따라 배우라고만 요구한다"면서 "무슨 말 못할 사연이라도 있는가하고 평양 주민들은 위구심으로 가득 찼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영화가 끝난 다음 고영희의 위대성을 느낀 감상문을 쓰라고 요구했다면서 당 강연에서도 "백두산 위인들을 그대로 닮은 또 한분의 청년장군을 안아 올린 어머니"라고 고영희의 공을 높게 평가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고영희가 김정일의 두 번째 부인이라는 사실을 웬만한 북한 주민들은 다 알고 있다"면서 "첫째 부인한테서 태어난 맏이가 밀려난 데 대해서도 상당히 궁금해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에 나와서야 고영희가 재포(재일교포)출신이라는 것과 유방암에 걸려 외국에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 평양 주민은 "북한의 고영희 우상화는 그야말로 반쪽짜리 우상숭배였다"고 지적했습니다.
1952년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출신 고영희는 1960년대 북한으로 귀화한 후, 만수대 예술단 무용배우로 활동하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아들 정철, 정은, 딸 여정을 뒀으며, 2004년 유방암을 앓다가 프랑스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주민은 "지금 평양 사람들은 첫 번째 부인한테서 태어난 김정남을 맏아들로 알고 있으며, 오히려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의 실체에 대해서는 대부분 모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