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금강산 회담 서두를 필요없다'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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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이번엔 남측이 금강산과 개성 관광의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다음 달 8일 개최하자고 북측에 수정 제의한 배경에 대해서 서울의 박성우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박성우 기자, 안녕하세요.

박성우: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지난 14일 북측이 금강산과 개성 관광의 재개를 위해서 실무회담을 26일부터 시작하자고 남측에 제안했는데요. 그런데 남측이 일정을 늦춰서 8일에 회담을 하자고 역으로 제안했습니다. 왜 그렇게 한 걸로 분석됩니까?


박성우:

네,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서 대화를 하는 건 좋은 거지요. 그런데 남측이 대화의 시점을 연기했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렇게 나온 데에는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입니다.

왜냐면 지금은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국면이기 때문에 북한의 현금 수입원인 금강산이나 개성 관광의 재개를 논의하는 게 한국 정부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거지요.

북한에 현금이 들어가는 사업을 재개할 경우에, 이게 핵 프로그램 개발이나 미사일 개발을 위해 사용될 수 있지 않냐는 우려가 있고, 또 이명박 정부는 이런 우려를 하고 있는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정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국자들은 개성이나 금강산의 관광을 재개하는 문제는 “여건이 갖춰졌을 때 정무적 판단으로 결정할 사안이다”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최소한 6자회담이 진척되고 북핵 문제가 어느 정도 풀리는 시점에 들어가야 북한에 현금이 들어가는 조치를 취하더라도 이걸 반대하는 여론을 한국 정부가 설득할 수 있다는 거지요.

이명박 정부가 금강산과 개성 관광의 재개를 위한 회담 일정을 늦춘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남측은 관광 재개를 위한 대화의 시점을 조절하는 것 자체를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북한은 지금 현금이 궁한 상태이기 때문이지요.

이 밖에도 한국 정부는 ‘대화를 하자’는 북측의 대남 유화 공세가 정말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것인지가 분명치 않기 때문에 북측의 태도를 좀 더 지켜보고자 하는 것 같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동국대학교 고유환 교수의 말입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고유환:

2월1일로 예정된 개성공단 관련 실무회담을 지켜보고, 북한의 진위를 확인한 다음에 금강산과 개성 관광의 재개를 위한 접촉을 하겠다는 의도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자:

(한국 정부는) 왜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을까요?


고유환:

지난해 8월 이후에 북한이 대남 유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그 진정성을 아직까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핵 문제에 있어서 아직 구체적인 진전이 없고요. 또 남측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반응이긴 하지만, 보복성전이나 군사적 대응조치라는 강경 성명과 발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대남 유화 움직임의 진위가 아직은 확인되고 있지 않다, 그래서 2월1일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남북관계의 진전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이 확인되면, 그걸 바탕으로 해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협의를 해 보겠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박성우:

네, 고유환 교수가 말씀하신 내용 중에 ‘남측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반응’으로 북측이 ‘보복성전’ 같은 발언을 했다는 부분이 있는데요. 설명이 좀 필요합니다. 북한이 지난 8월 이후로는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대화를 하자’는 식의 유화책을 쓰기 시작했는데요. 그런데 남측 정부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하는 ‘부흥’이라는 이름의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게 최근 언론에 보도되니까, 대남 유화정책을 기조로 잡은 북한으로서도 어떤 형식으로든 남측에 대응할 필요를 느꼈다는 거지요. 그래서 ‘보복성전’ 같은 발언을 내뱉은 것 같다는 추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만 보자면, 북측의 반응은 한 번은 ‘잘해 보자’는 식의 제안을 하다가, 얼마 뒤엔 ‘청와대를 날려버리겠다’는 식의 격한 반응을 내놓는 아주 이상한 모양새를 띄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북측의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듯한 발언과 태도를 좀 더 지켜본 다음에 그 진위를 파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게 고유환 교수의 설명입니다. 그리고 2월1일에 개성공단 발전을 위한 실무회담이 열릴 예정인데 이걸 북측의 진위를 파악할 기회로 삼은 듯하다는 추정입니다.

진행자:

남측의 이번 통지문은 ‘통일부 장관’의 명의로 돼 있고, 수신자는 ‘노동당 중앙위원회의 김양건 부장’으로 돼 있습니다. 이것도 의미가 있다면서요?


박성우:

네, 북측은 지난 14일에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명의로 통일부에 실무접촉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형식적으로만 보면 통일부가 답신을 보낼 대상이 아태평화위원회가 되는 거지요. 그리고 김양건 통전부 부장은 아태평화위원회의 위원장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한국의 통일부는 아태평화위원회가 아니라 김양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을 수신자로 명시했습니다. 이건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남북관계를 추구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 일맥상통합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의 설명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정성장:

과거 정부는 북한의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실체를 인정하고 접근했다면, 현 정부는 보다 엄격하게 한국 정부와 같은 형식을 북한 정부가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박성우:

북측의 아태평화위원회는 현대아산 같은 남측의 민간 단체를 ‘대방’으로 삼기 위해 만든 일종의 ‘외곽단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준당국’의 성격도 갖습니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에는 통일부가 직접 나서서 아태평화위원회를 대방으로 삼아 회담을 한 전례가 많습니다. 이건 당시 한국 정부가 아태평화위원회를 ‘준당국’으로 인정했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아태평화위원회의 실체가 무엇이든 간에 남북 당국 간 대화는 정부 기구끼리 해야 한다는 입장을 이번에 명확히 밝힌 거라는 게 정성장 박사의 설명입니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에는 남북 간 민간교류의 활성화에 방점을 뒀기 때문에 아태평화위원회를 ‘준당국’으로 간주하고 통일부가 직접 대화에 나서기도 했지만, 현재 이명박 정부는 ‘정부 당국 간 대화가 필요한 사안인데 왜 외곽단체와 대화를 하느냐’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거지요.

진행자:

같은 날 남측은 개성공단의 통행.통관.통신과 관련한 실무회담도 늦추자고 제안했지요? 이건 어떻게 이해하면 되나요?

박성우:

네, 북측은 남북 군사실무회담을 26일에 하자고 제안했지만, 남측은 2월1일 이후에 하자는 역제안을 냈습니다. 한국의 국방부가 25일에 북측에 보낸 전통문의 내용을 보면, 2월1일에 열리는 개성공단 실무회담 결과를 본 다음에 3통과 관련한 회담을 하는 게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남측은 “적절한 시점에 회담 개최 일자를 통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회담 일자도 못박지 않은 거지요.

이건 남측이 구사하는 ‘협상 전술’의 차원에서 이해해야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먼저 배경 설명이 좀 필요한데요. 남북은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논의할 의제를 놓고 서로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상황이지요. 남측은 3통 문제, 그러니까 개성공단과 관련한 통행, 통신, 통관 문제를 해결하자는 게 최대 요구 사항입니다. 그런데 북측은 임금과 토지 사용료를 올려달라는 게 최대 요구 사항입니다. 남북은 이렇게 원하는 바가 서로 다른 상태로 2월1일에 회담을 하게 됩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북측이 선수를 친 겁니다. ‘26일에 3통 문제를 논의할 군사 실무회담을 하자”고 지난 토요일 남측에 제안한 거지요. 만약에 이 제안을 남측이 받을 경우엔, 회담의 결과야 어찌 됐건 간에 이미 3통 문제는 논의하는 상황이 되는 거지요. 이렇게 되면 북측은 2월1일 회담장에 나와서 ‘이미 3통 문제는 논의했으니, 이번엔 우리가 의제로 삼고자 하는 임금과 토지 사용료 문제를 논의해야 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한국 정부는 이런 상황을 막을 필요가 있었던 걸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진행자:

박성우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성우: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