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폐쇄에 관한 북한 담화 Q/A

북한이 남한에 대해, 금강산과 개성 관광에 관한 합의와 계약을 모두 파기하겠다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관광을 재개하고 싶다는 조급성을 다시 드러냈습니다. 대다수 대북 전문가는 북한의 이러한 대남 압박을 엄포나 협박으로 보면서도 관광을 재개하자는 강력한 촉구로도 해석합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아태평화위)가 금강산과 개성 관광의 계약 파기와 관련해서 내놓았다는 담화의 내용부터 우선 소개해 주시지요?


기자:

북한의 아태평화위는 4일 담화를 내고 남한 당국이 금강산과 개성 관광을 가로막았다며 이런 조치가 계속되면 관광 사업과 관련한 합의와 계약을 모두 파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관광이 가로막히는 조치가 계속되면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고 특단의 조치에는 합의와 계약 파기 이외에도 관광지역 내에 있는 남측 부동산의 동결이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남녘 동포의 편의와 신변 안전은 완벽히 보장된다”면서 “관광이 재개되지 못해 초래될 수 있는 모든 후과와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 당국이 지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의 담화는 관광의 재개를 촉구하는 한편 남한 당국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받을 불이익을 열거했습니다.


앵커:

북한의 담화에 대해 한국 정부의 입장은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한국 통일부는 4일 “관광객의 신변 안전에 관한 문제가 해결된 이후 관광을 재개한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2008년 한국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 초병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진상 규명, 재발 방지책의 마련, 신변 보장의 제도화 등 3대 선결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최고 수뇌부가 남조선 관광객의 안전을 특별하게 담보한다는데 무슨 조치를 더 취할 수가 있냐”는 입장입니다. 반면 한국은 3대 선결 조건이 결코 충족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북한이 이번에 발표한 담화는 어구를 볼 때 강도 높은 부분이 있습니다. 이 담화 이전에는 어떤 내용을 내놓았길래 이 같은 담화를 내놓았나요?


기자:

북한의 아태평화위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작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뒤 남한 사업체 ‘현대아산’과 관광 재개에 합의했습니다. 남한 당국이 이것을 당국 간의 합의가 아니라는 이유로 동의를 하지 않자 11월에는 현 회장을 통해 당국 간 실무회담을 비공식적으로 제안했습니다. 남조선이 이것도 당국자 회담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를 하자 1월 아태평화위는 공문을 보내 북한 당국자가 포함된 회담을 제의했습니다. 반신반의하며 이를 받아들인 남조선 당국은 북한이 2월 회담에서도 3대 요건을 수용하지 않고 적당히 넘어가려 하자 관광 재개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4일 강도 높은 담화를 내고 남쪽을 압박했습니다.


앵커:

자, 그렇다면 북한의 이번 담화는 어떤 성격을 지녔다고 볼 수 있습니까?


기자:

이번 담화는 남조선에 대한 엄포 또는 협박의 성격이 짙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금강산과 개성 관광은 ‘달러 상자’였습니다. 유엔의 경제 제재를 받아 외화 벌기가 매우 어려운 상태에서 1년 8개월 씩이나 공전하는 금강산과 개성 관광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북한은 이런 상황에서 ‘모든 합의와 계약의 파기’라는 꽤 강도 높은 압박 조치를 거론함으로써 남조선의 태도 변화를 유도해 보려는 의도를 일단 나타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 조치는 지금의 상황에 대한 불만 표현 또는 남조선에 대한 성의 촉구로도 해석될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 북한의 담화가 실무자의 조바심에서 나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현 회장을 만나서 관광 재개를 약속했는데 이것의 이행이 부진할 경우 실무자가 문책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번 담화도 북한이 자주 펼치는 ‘벼랑 끝 전술’이라고 보입니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고 나왔던 때의 행태를 보면 이번 담화의 성격도 바로 알 수가 있습니다.

앵커:

북측이 내놓은 담화 내용 가운데엔 ‘남측 부동산의 동결’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북한의 자산 동결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요?

기자:

그다지 실효성이 없습니다. 경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매체인 <머니투데이>의 보도를 보면 금강산 지구엔 현대아산이 2260억 원, 즉 1억9천8백만 달러, 협력 업체인 한국관광공사와 에머슨 퍼시픽이 1320억 원, 1억1천568만 달러의 투자 자산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산 대부분이 숙박시설, 편의시설, 골프장과 같은 부동산이라 자산 동결은 그다지 의미가 없습니다. 현대아산과 협력 업체는 북한 측과 관광 계약이 파기되면 이 부동산을 활용할 방법이 없습니다. 현금을 비롯해 현대아산이 활용할 동산이어야 북한이 자산을 동결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앵커:

북한의 담화가 엄포 또는 협박으로만 볼 수 없는 측면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담화에 나오는 ‘남측 부동산의 동결’이라는 표현이 그렇습니다. 이것은 북한 당국이 외국 업체를 활용하거나 자체적으로 사업을 운용해 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아마 북한 당국은 중국인을 상대로 금강산 관광을 하는 방법도 강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다가 현대아산이 북한에 미처 지급하지 못한 돈도 북한의 담화를 엄포로만 볼 수가 없는 요인입니다. 현대아산은 9억4000만 달러를 북한에 지급해야 하나 현재 4억 8669만 달러만 주었습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은 현대아산의 미지급금에 대해 자산 동결에 들어갈 수가 있습니다.


앵커:

남조선의 사업 주체 현대아산은 지금 사정이 말이 아닐 텐데요. 이렇게 오랜 기간 사업을 하지 않으면서도 버틸 수가 있나요?


기자:

현대아산은 꽤 어려운 지경에 있습니다. 서울의 <국민일보> 보도를 보면 금강산과 개성 관광이 20개월 째나 중단되면서 현대아산은 약 2600억 원, 즉 2억2827만 달러의 손실을 보았습니다. 금강산의 시설을 관리하는 비용만도 매월 13억 원, 즉 114만 달러나 들어갑니다. 현대아산은 앞으로도 금강산과 개성 관광이 조속히 재개되지 않을 경우 지금처럼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보입니다. 그래서 강한 어구가 들어간 이번 담화에 당혹하는 처지입니다.

앵커:

금강산과 개성 관광의 재개는 현재 시점에서는 어떻게 전망할 수 있나요?

기자:

우선 6자회담이 재개돼야 관광 재개도 가능하다고 보입니다. 한국은 북핵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관광의 재개가 유엔의 대북 제재를 위반하는 측면이 일부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3대 선결 요건을 받아들이지 않는 외에 이 판단도 관광을 재개하는 데 발목을 잡는 요인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금강산 폐쇄에 관한 북한의 담화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