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8일 금강산 지구에 있는 남한 당국의 자산에 내린 동결 조치는 일단 심각한 외화난을 반영합니다. 북조선이 유엔의 대조선 제재로 외화를 벌기 어려운 가운데 남한에 내린 초강수는 일단 협박성이며 관광 재개를 촉구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보입니다. 초강수는 그만큼 외화난이 심각하다는 방증입니다. 이 조치에 관한 이모저모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우선 북한 당국이 금강산의 한국 자산과 관련해 내린 조치부터 설명해 주시지요?
기자:
북한이 13일 시행하는 동결 조치는 우선 4개항입니다.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은 1)한국 정부가 소유한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와 공기업 한국관광공사 자산의 동결, 2)북한이 금강산 부동산을 조사하는 데 불응한 남측 업체의 사업권 박탈, 3)금강산 관광 사업자의 변경, 4) 개성공단 사업의 재검토 등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남한 당국의 자산인 금강산 면회소와 소방대, 한국관광공사 자산인 문화회관, 온천장, 면세점을 동결하고 관리 인원을 추방하는 한편 부동산 조사에 응하지 않았던 현대증권, 이든상사, 평안섬유공업주식회사의 사업권을 박탈하고 관계자의 금강산 출입을 금지하는 내용입니다. 또 현대아산과 맺은 합의와 계약이 효력을 가질 수 없어 새 사업자와 국내 및 해외 금강산 관광을 시작하며 사태 추이를 보며 개성공단 사업도 전면 재검토한다는 내용입니다. 동결은 재산 사용을 제한하는 뜻으로 압류와 비슷합니다.
앵커: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반응은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한국 정부는 바로 북한의 공세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습니다. 통일부의 천해성 대변인은 9일 “흔들림 없이 당당하고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면서 “이번 조치는 정치 공세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런 일방적 조치는 사업자 간 계약, 당국 간 합의는 물론 국제법규 위반으로 즉각 철회돼야 한다”며 “책임은 북한에 있다는 점을 다시 밝힌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또 북한이 13일 한국 자산을 동결하는 현장에 관계자를 보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앵커:
북조선 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어떤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까?
기자:
한국 정부에 대해서 관광 재개를 압박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우선 자산을 동결한 대상으로는 이산가족 면회소, 문화회관, 온천장, 면세점 등 순수 민간 업체는 빼고 한국 정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시설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입니다. 북조선 당국은 3월 25-31일까지 37개 업체를 대상으로 부동산 조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조사 대상에 비해 동결 대상은 많지 않았습니다. 사업권 박탈과 신규 사업자는 이미 예고했던 내용입니다. 이를 놓고 볼 때 북한의 조치는 일단은 전면적인 중단을 의미하지는 않고 압박 및 경고의 측면을 띠고 있다고 보입니다. 더구나 북조선 당국이 금강산 관광과 무관한 개성공단 문제까지 들고 나오는 바람에 실제로는 남한 측에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자는 압박을 가했다는 점에 더욱 무게를 실어줍니다.
앵커:
북조선은 금강산 관광 사업을 새 사업자와 하겠다고도 발표했습니다. 금강산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남조선 사람을 빼고 금강산 관광을 운영할 수 있습니까?
기자:
북한이 새 사업자와 사업을 하기도 어렵지만 설령 한다고 해도 손해가 더 큽니다. 남조선 관광객을 빼면 중국과 기타 외국의 관광객이 와야만 합니다. 그런데 중국 관광객에게 금강산은 접근하기에 거리가 멀고 더구나 중국인을 제외한 외국 관광객이 비행기를 타고 오기에 그다지 장점이 없습니다. 분단과 이산의 특수성을 아는 남조선 사람을 빼고 금강산을 지속적으로 찾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남조선 사람을 배제하면 수익성이 없습니다. 이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이 금강산 지구의 남측 재산을 실제로 동결하거나 몰수하고 새 사업자와 사업을 하면 국제적으로는 사업을 같이 하지 못할 나라로 낙인이 찍히고 맙니다.
앵커:
북한이 언뜻 보기에 초강수를 둔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입니까?
기자:
심각한 경제난과 외화난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북한은 유엔의 대조선 제재로 무기 수출이 막혀서 외화 벌이가 매우 어렵습니다. 남한 당국은 금강산 관광의 재개가 유엔의 대조선 제재를 위반하는지 여부를 의식합니다. 또 비핵화에 진전이 없을 경우엔 관광 재개에 나서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입장에서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은 그대로 현금을 챙겨가던 좋은 사업이었습니다. 북조선은 이 상황에서 몸이 달아 초강수를 두었다고 분석됩니다.
앵커:
이번 조치의 성격을 보면 북한이 남한에 강경 조치를 내렸다고 해석됩니다. 이를 계기로 남조선 사람의 금강산 관광은 12년만에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것입니까?
기자:
일단 그렇게 볼 수는 있습니다. 명승지지도국이 8일 발표한 조치대로라면 남조선 사람의 금강산 관광은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시계 영(零)의 상태로 들어왔습니다. 북한은 새 사업자와 금강산 관광을 하기가 어렵지만 남한 당국이 정말로 관광 재개에 응할 생각이 없다고 판단하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보입니다.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남한을 구슬리더라도 당분간 중국과 기타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외화를 벌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다시 더 살피면 남한 쪽에 관광 재개를 촉구한 측면이 있어 아직까지는 폐지보다 존속에 무게가 실립니다.
앵커:
그런데 북한이 발표한 내용을 실제로 행동에 옮기면 어떤 영향이 있습니까?
기자:
아마도 외자 유치에 큰 타격을 받는다고 전망됩니다. 현재 북한은 유례가 없는 경제난을 맞아 자구책으로 외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개발은행과 그 산하기관으로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을 만들어 외자를 끌어오려고 합니다. 북한이 금강산의 남한 자산을 실제 동결하고 몰수한다면 국제적으로 신용을 잃어 외자 유치가 어려워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 자체의 문제로 외자 유치가 어려운 판국에 더 어려운 상황을 만듭니다. 신용은 무형의 자산이며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어렵습니다. 북한은 그 점을 감수하고 행동에 들어가야 합니다.
앵커:
이번 북한의 조치와 관련한 향후 전망은 어떻게 할 수 있나요?
기자: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한국은 관광객 박왕자 씨가 금강산 지구에서 북한 초병의 총을 맞고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진상 규명, 재발 방지책의 마련, 관광객 신변안전의 보장을 관광 재개의 3대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북한은 이 문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보장으로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입니다. 남한은 3대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에다가 한국은 해군 함정 천안함의 침몰에 북한의 혐의가 없다고 드러날 때까지 재개와 관련한 회담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북한의 혐의가 드러나면 금강산 관광의 재개는 물 건너간 이야기가 됩니다.
앵커
: 네, 지금까지 북한이 한국 자산을 동결한 조치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