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를 주도하는 골드버그 조정관은 “금강산과 개성 관광, 개성공단 사업은 유엔 제재와 무관하다”고 남북한의 관심을 끄는 발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허형석 기자, 요즘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 그리고 개성공단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허형석: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한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면담하고 금강산과 개성 관광의 재개, 개성공업지구의 활성화 등에 관한 합의를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합의는 남한 당국의 동의도 있어야만 실행이 되는 사항입니다. 여기에다가 미국 국무부의 필립 골드버그 조정관이 24일 서울에서 현 회장과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합의한 개성공단 활성화, 금강산과 개성 관광의 재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와 무관하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앵커:
골드버그 조정관은 서울에서 남한 당국자들과 만난 뒤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까?
허형석:
골드버그 조정관의 발언은 주목할 대목이 있습니다. 골드버그 조정관은 한국의 위성락 6자회담 수석대표와 면담한 뒤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가 인도주의, 개발 목적 등을 예외로 하고 있다”면서 “금강산과 개성 관광, 개성공단 활성화 등은 이런 맥락에서 안보리 결의 1874호와 무관하다고 평가한다”라고 말한 부분이 그것이었습니다. 미국 정부의 대북 제재를 주도하는 골드버그 조정관의 이 같은 발언은 남북한의 관심을 모두 끌고 있다고 평가됩니다.
앵커:
골드버그 조정관의 이 같은 발언은 왜 관심을 끌고 있습니까?
허형석:
금강산과 개성 관광, 개성공단 사업 등은 사실상 북한에 달러를 대주는 통로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남한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일각에서는 여기서 나오는 달러가 북한의 핵 개발에 전용됐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갖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제2차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해 제재를 내렸습니다. 이것이 안보리 결의 1874호입니다. 그래서 남한은 북한에 달러를 가져다 주는 금강산과 개성 관광을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홀가분히 진행할 상황은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때를 맞춰 나온 골드버그 조정관의 발언은 남북한에 상당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앵커: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 관광이 유엔 제재와 무관하다는 골드버그 조정관의 발언이 북한의 입장에서는 어떤 의미를 지녔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까?
허형석:
일단 고무적입니다. 잘 알다시피 북한은 남한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대립 정책을 고수해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을 중단했고, 이런 와중에 이전 정부 시절과는 달리 쌀과 비료 등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가 유엔 제재를 맞아 외화 벌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를 바로 가져다 주는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 관광은 시급히 재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일단 남한과 관계만 좋게 만들면 되는 상황이어서 골드버그 조정관의 발언을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입니다.
앵커:
자, 그러면 골드버그 조정관의 발언이 남한 쪽에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까?
허형석:
골드버그 조정관의 발언은 남한 쪽을 배려했다고 보입니다. 금강산이나 개성 관광은 유엔의 제재 결의에 명시적인 표현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미국이 여기에서 나오는 달러가 핵 개발에 전용될 수도 있다고 문제를 삼을 소지는 있었습니다. 남한 측으로서는 골드버그 조정관과 협의를 통해 이런 걸림돌을 미리 제거한 셈입니다. 남한 측은 앞으로 남북대화가 활성화할 경우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의 재개를 북한의 핵 포기와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한 지렛대로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미국이 한국 정부를 배려한 대목이 바로 이것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남북한이 골드버그 조정관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나요?
허형석:
그렇게 볼 수는 없습니다. 골드버그 조정관은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 관광이 ‘현재로선’ 이라는 단서를 붙여 유엔 제재와 무관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단서는 관광 재개가 앞서 말한 지렛대 수준을 벗어나 북한의 달러 상자로 될 때는 이를 문제로 삼을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수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폐기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관광이 개성, 금강산, 더 나아가 백두산으로 확대될 경우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와 부딪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이는 대규모 달러의 북한 유입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앵커:
이런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은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까?
허형석:
일단 북한이 두 곳의 관광을 재개한다는 의사를 먼저 밝혔고 또 어려운 경제 사정을 안고 있습니다. 이런 정황으로 미루어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은 남한과 합의만 하면 이렇다할 걸림돌이 없이 진행될 수도 있다고 관측됩니다. 사실 북한의 외화 사정은 매우 어렵다고 보입니다. 24일자 영국의 일간 신문 ‘더 타임즈’가 전한 바를 보면 이런 사정은 확연히 드러납니다. 북한은 결국 돈 때문에 지금까지 한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 대해 고수해 오던 강경 정책을 유화 정책으로 바꿨다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앵커:
한국 정부는 앞으로 어떻게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을 활용할 계획입니까?
허형석:
한국 정부는 미국 당국자와 협의를 통해 금강산과 개성 관광의 재개가 유엔 제재와는 무관하다는 이야기를 일단 확보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핵 포기와 남북 관계의 진전을 유도할 지렛대로 관광 재개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서 두 사업을 재개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북한이 비핵화나 남북 관계와 관련해 나오는 태도를 보며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와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