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재개 ‘기약 없는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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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은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지 4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사건으로 남측의 금강산 관광사업은 바로 중단됐고,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개 전망이 불투명합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통일부 공식 브리핑, 2008.07.11) "금일 오전 5시경 금강산 관광객 1명이 장전항 북측구역 내 기생바위와 해수욕장 중간 지점..."

사건이 터진 금강산 해수욕장은 사건 발생 전날인 10일 개장했으며 남측 관광객들은 현지에 있는 호텔이나 야영장에서 천막을 치고 숙박을 했습니다.

규정에 따르면 천막에 있는 야영객은 밤 10시 정도까지만 해수욕장 부근의 산책을 할 수가 있습니다. 관광객 박왕자 씨는 사건 당일 새벽 홀로 산책을 하던 중 해금강 해수욕장을 거닐다 군사보호 지역으로 넘어섰다가 초소를 지키던 북한군의 총에 맞아 새벽 5시쯤 숨졌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 사건에 대해 박 씨가 철조망을 넘어와 초병이 수차례 정지 명령을 내렸는데, 도망을 가자 경고사격을 가한 뒤 발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12일 아침, 이 사건에 대한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며 합동조사단을 꾸렸지만, 북측은 남측 합동조사단의 현장 방문을 허용할 수 없다며 맞섰습니다. 남측 정부가 당시 진상규명을 강조한 이유는 북측에서 주장한 사건 경위가 석연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통일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김호년: 치마를 입고 있었고 나이가 50이 넘으신 중년부인이고 그런데 이게 전체적으로 볼 때 논리적으로 잘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남측의 계속되는 진상규명 요구에도 북측은 오히려 모든 책임을 남측에 돌리고 금강산 관광을 관리하던 남측 인력을 모두 추방하고 시설물마저 사용할 수 없게 동결시켰습니다. 물론 중간에 금강간 관광 재개와 관련해 남북 당국 간에 접촉이 여러 차례 있었으나,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돌아서야 했습니다.

급기야는 2010년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사건이 터지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남북 간의 논의는 사라졌습니다. 결국, 북측 당국은 금강산 관광 사업권을 다른 나라에 넘기겠다고 발표해버립니다.

조선중앙TV: 현대와의 관광 합의와 계약이 더이상 효력을 가질 수 없게 되었으므로 곧 새로운 사업자에 의한 국내 및 해외 금강산 관광이 시작될 것이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그 사이 관광 사업체인 현대아산과 협력 업체들은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져 도산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대아산의 매출 손실은 5천억 원, 미화로 환산하면 4억 4천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기 위해선 박왕자 씨 피살 사건의 진상 규명과 북한 당국의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 역시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관광객 신변안전 문제는 남측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평양방문 때 최고의 수준에서 담보해 줬다”며 관광 중단의 책임을 남쪽에 전가하고 있습니다.

‘잠정 중단’됐던 금강산 관광은 4년이 지나도록 재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전환이 없는 한, 금강산 관광 재개는 기약 없는 기다림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