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추모식 때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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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금강산 현지에서 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9주기 추모식을 열겠다는 남측의 요청을 수용했습니다.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논의가 이뤄질 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금강산관광 사업자인 현대아산은 요즘 계속되는 누적 적자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이런 경영 악화에도 현대아산이 금강산관광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창업자 정주영 명예 회장의 고향 사업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북한에 투자한 금액이 워낙 많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현대는 나빠진 남북관계 속에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 등 북한과 꾸준히 접촉을 해왔습니다. 대북사업을 하면서 쌓인 북한과 현대와의 신뢰관계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북한은 올해도 정몽헌 회장 추도식을 금강산에서 여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방북 동의서는 금강산국제관광특구지도국 명의로 왔으며, 남쪽의 통일부도 현대아산 측의 방북 신청을 승인했습니다. 김정은 체제가 공식 출범한 뒤 현대아산 관계자의 금강산 방문이 이뤄지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추모행사는 8월 3일에 열립니다. 방북단에는 현정은 회장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장경작 현대아산 사장을 비롯해 현대아산 임직원 10여 명이 간다고 현대아산 측은 밝혔습니다.

이제 관심은 이번 방북에서 현대아산 측이 북한 관계자와 만날지 여부입니다. 이에 대해 현대아산 관계자는 “정몽헌 전 회장의 기일에 맞춰 금강산에 있는 추모비 앞에서 연례행사를 여는 것일 뿐, 금강산관광 사업 재개와 관련해 북측 인사를 만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여전히 현대와의 금강산 관광사업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달러가 필요한 북한으로선 금강산관광 사업 재개가 절박한 상황입니다.

현재 중국인을 상대로 금강산관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광객 수가 적어 외화벌이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관광 재개를 위한 남측의 요구 조건입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을 북한 당국이 우리 당국에 확실히 보장한다면 이 문제를 실무협의로 넘어갈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북측은 남측의 이 같은 요구 조건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북한은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 7월 31일자 논평에서 “남측 당국의 관광객 신변 안전 보장 요구는 현대그룹 회장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최고 수준에서 담보해준 문제”라면서 받아들일 수 없음을 밝혔습니다.

한국의 금강산 관광사업은 지난 2008년 7월 관광객 피격 사건 이후 4년째 중단된 상태입니다. 북한은 2010년 4월 금강산 내 남측 시설을 모두 몰수한 데 이어 지난해 4월에는 현대아산의 사업 독점권마저 취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