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북 근로자 4천여명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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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민의 힘으로 42년 독재정권을 붕괴시키고 민주화의 길에 들어선 리비아에는 약 200 명의 북한 근로자가 나와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웃 나라 쿠웨이트에는 이보다 20배 이상 많은 북한 근로자가 건설현장에 파견돼 있는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끕니다. 정보라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동 국가 쿠웨이트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가 4천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최근 접촉한 현지 복수 소식통들에 따르면 쿠웨이트에 있는 북한 근로자들은 대부분 쿠웨이트 정부의 도로나 다리, 발전소 건설에 동원된 저임금 건설 노동자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쿠웨이트 정부가 북한 근로자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정확하게 집계할 수 없지만 현지 관계자들은 대략 4천~5천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근로자는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사막 지역에서 일하지만, 일부는 시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이들은 출신성분이 좀 나은 편이라고 들었다"고 15일 말했습니다.

전체 인구 360만 명 중 현지 거주자 120만 명을 제외한 나머지가 대부분 건설 현장에 동원된 외국인 노동자인 쿠웨이트에는 현대건설이나 한화건설 등 한국의 유수 기업들도 건설 업계에 진출해 있지만 업무 성격상 한국 근로자가 북한 근로자와 접촉할 기회는 드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쿠웨이트한인회의 심현섭 회장은 석유 산업 같은 고난위도 기술직에 종사하는 한국 근로자와 달리 북한 근로자는 단순 노동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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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현섭/쿠웨이트한인회장

] 한국 기업들은 담수나 석유 시추, 정제, 수송 등 정교한 핵심 기술을 갖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그러나 북한 근로자들은 그런 것을 못하고 토목이나 건축 업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단순 노동직에 속한 근로자들이 계속 오가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현지에서 공사 프로젝트를 땄다는 얘기를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쿠웨이트 정부가 저임금으로 북한 노동자들을 데려오는 것 같습니다.

쿠웨이트에서 일하는 한국의 한 건설사 관계자도 “쿠웨이트에 있는 한국 근로자의 경우 대부분 관리직이나 기술직인 반면 북한 근로자들은 단순 노동자들이라 지난 3년 반 동안 일하면서 북한 근로자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쿠웨이트에서 30년 넘게 거주해 온 심 회장은 “현지에서 북한 근로자를 보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중∙후반부터였던 것 같다”며 “평양-쿠웨이트 직항 노선이 개설되기 전에는 북한 근로자들이 쿠웨이트에 들어올 때 파키스탄을 경유했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