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인민회의는 일부 헌법을 수정하고 예년과 같이 정부 예산을 승인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취한 조치가 국방위원회를 강화하는 일이었습니다. 국방위원회는 총정치국장 조명록,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일철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오극렬 작전부장, 전병호 군수공업비서, 주규창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백세봉 제 2경제위원장, 장성택 당 행정부장, 주상성 인민 보안상, 우동측 국가안전 보위부 부부장, 김정각 총 정치국 제1부부장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국방위원회에 들어가 있는 인물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노동당 군수공업부문, 인민군, 인민보안성, 사법검찰부문, 국가보위부, 당 작전부 등 북한에서 무기를 흔들며 인민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기구의 책임자들은 모두 들어가 있습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해석하면 현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관심과 국가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의 관심은 인민을 배불리 먹여 살리고 따뜻하게 입히고 재우는 데 있지 않고 인민을 통제하고 체제를 유지하는 일에만 쏠려 있습니다.
이는 모든 이에게 1996년 12월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종합대학 방문을 마친 후 당의 간부들 앞에서 한 유명한 발언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는 당시 다음과 같이 발언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식량 때문에 무정부 상태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수령님께서는 생전에 나에게 절대로 경제사업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당과 군대만 틀어쥐어야지 경제 문제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결심하였다."
그러고 보니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한편으로는 지금도 수령님 말씀을 충실히 집행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당과 군대, 보위부, 보안성, 사법 검찰, 군수공업부만 가지고 있으면 되지 무엇 때문에 구질구질하고 구차하고 머리 복잡한 경제 문제에 신경을 쓰느냐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그리고 세계적으로 왕이었든, 대통령이었든, 공산당 총비서였든 다른 모든 나라 지도자들의 최대 관심은 그 나라의 경제 문제, 즉 인민들을 먹여 살리는 문제에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정상적인 지도자들의 생각입니다.
한쪽에선 인민들이 굶어 죽고 있는데 수백만 톤의 쌀을 살 수 있는 돈으로 핵폭탄과 "김정일 장군의 노래'가 나온다는 인공위성을 만들면 된다는 생각은 어디서 나오는지요? 그리고 무기만 쥐고 흔들면 된다는 생각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합니까? 북한 인민들이 배불리 먹고 좋은 옷을 입고 따뜻한 집에서 살게 할 그런 지도자다운 지도자는 언제나 나올까요?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