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파견 북 노동자들에 원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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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외화벌이 사업의 일환으로 중국에 파견한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현지 주민들의 원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현지 중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가 하면 숙련된 기술이 없어 작업능률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얘깁니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김정은 체제로 접어들면서 북한은 중국 대도시 지역에 대규모 인력 수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미 단둥지역에 2만여 명의 북한 노무인력이 진출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추가로 다른 지역에도 비슷한 규모의 인력수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이들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중국 현지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알려진 중국 랴오닝성 뚱강(東港)의 한 주민은 “인건비가 싼 조선의 인력이 대거 들어오면서 일부 기업인들이 일 잘하던 중국 근로자들을 해고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중국인들의 원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고자 북한 노동자를 받아들이기로 한 중국의 의도와 달리 중국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기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당국이 파견하는 인력은 특별한 기술이나 기능이 없는 20~30대의 단순노동자들로 주로 여성들입니다. 당초 중국기업들이 기대했던 건설인력이나 재봉사 같은 숙련된 인력은 별로 없고 수산물이나 식품 가공공장, 옥돌 가공공장 등에서 일하고 있는 단순 노동자들이라고 뚱강 주민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중국 뚱강에서 수산물 가공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중국 기업인은 “북한 노동자들은 중국 인력에 비해 임금이 싼 것은 사실이지만 감독자가 자리를 뜨면 게으름을 피우는 등 일에 능률이 오르지 않아 따져보면 인건비가 싼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북한 인력에 대해 불만을 얘기했습니다.

한편 북한 노무자들에 대해 중국기업이 지급하는 노임은 정작 본인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북한 당국이 대부분을 거두어 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과의 무역에 종사하고 있다는 중국 단동의 한 사업가는 “지난 4.15 태양절 선물용으로 중국에서 사 들여간 각종 물품의 대금을 나중에 중국내 북한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받아 결제해주겠다고 해서 외상으로 보내준 것들이 많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북한당국이 중국에 파견된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미리 가불해서 김일성 생일 선물을 구입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또 이들 북한 노무자들 중에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정식 취업비자를 받지 않고 취업하고 있는 경우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중국 단둥에서 북한 보따리 상인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조선족 이 모 씨는 “중국에 나온 북한 노무자들이 한 달에 한번 씩 단체로 신의주에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온다”며 “아마도 비자문제 때문인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과 중국은 상호 비자면제협정을 맺고 있어 북한 공무여권 소지자의 경우 비자 없이 중국 입국이 가능하며 한 달간 체류할 수 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이 점을 이용해 비자 없이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외국인이 중국내에서 취업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 성(省)정부 노동국으로 부터 취업 허가서를 받아 해당지역 공안국 출입경 관리처(과)에서 취업비자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거치려면 병원 신체검사 등 복잡한 절차와 북한 노동자들의 한 달 노임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비용이 소요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