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노동당 기층조직 정비작업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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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대표자회의를 앞둔 북한이 당 기층조직 정비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제난의 여파로 약화된 당 조직의 기능을 회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 되는데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 이라고 합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당대표자회의를 앞둔 북한 노동당 중앙위가 말단 당세포를 정비하고 당원들의 생활을 전면적으로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당 세포조직을 정비할 데 대한 지시들을 내렸다는 소식입니다.

‘고난의 행군’ 이후 파괴된 당 조직을 복구하고, 급속히 약화된 노동당의 권력을 회복하기 위한 조취(조치)로 풀이됩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당대표자회의 전에 당세포들을 점검하고 당원의 활동을 강화할 대한 방침(김정일의 지시)이 지난 8월 18일에 내려졌다”면서 “상급당 조직에서 당 세포들을 정비하는 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에 의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고난의 행군’시기 파괴된 당 조직을 복구하기 위해 지난 1998년부터 2000년 사이에 당 대열을 정비하고 당의 질적 성장과 양적 성장을 보장할 데 대한 문제를 가지고 여러 차례 지시를 내렸지만 오히려 당의 기능은 급속히 약화되고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의 조직과 기능이 약화된 이유로 그는 ‘고난의 행군’시기 배급에만 의지해 정직하게 살아 온 핵심당원들이 대부분 아사했고 생활고에 지친 당원들 중 상당수가 중국이나 한국으로 탈북한 문제를 꼽았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과도하게 추진해온 ‘선군정치’도 노동당의 기능을 급속히 위축시킨 원인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노동당 가입 대상자를 인민군과 건설현장에 자원한 돌격대원 중에서 우선 순으로 뽑는데 ‘고난의 행군’ 이후부터는 입당 희망자 선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당원 수가 계속 정체상태에 있다는 것입니다.

소식통은 또 지난 몇 년 동안 장마당 경제가 활성화 되면서 북한주민사이에 황금만능주의가 만연해있고 젊은층 가운데는 노동당가입을 오히려 귀찮게 여기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합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무산군의 한 주민은 “크게 출세할 야망이 있는 사람들이나 (노동당) 입당이 필요하지,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는 돈이 더 중요하다”고 요즘 북한사회의 풍조를 전했습니다. “가뜩이나 규율생활이 많은데 당원이 되면 개인사생활까지 모두 통제받기 때문에 돈벌이나 하면서 편안하게 사는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해 노동당을 추종하던 북한주민들의 의식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음을 소식통은 암시했습니다.

그는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무소속(직업이 없어 소속이 없는) 당원들을 철저히 요해하고 대책해야 한다”며 “당 대열에서 낙오자란 있을 수 없다”는 내용의 지시를 별도로 내렸다고 언급했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북한 노동당은 사망자들과 행방불명자,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로 하여 인원을 채우지 못한 당세포들이 수두룩한데 김정일의 방침이 떨어지면서 인원이 모자라는 당세포를 서로 합치거나 해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방 당위원회에서는 동사무소, 인민반을 통해 무직자들 가운데서 당원인 사람들만 따로 추려내 강제적으로 직장을 배분해 주거나 동사무소 당세포에 소속시켜 당생활을 하도록 조치하고 있습니다.

소식통들은 주민들 가운데 돌고 있는 추정을 근거로 “이번 당대표자회의를 계기로 집계한 결과 노동당원 수가 대략 380만 정도”라며 “그중 무소속 당원(당비를 바치지 않고 직업이 없는 자)들과 문제가 있는 당원들(노동단련대, 노동교양소 수감자)이 35만명 가량이고 늙거나 병으로 조직생활을 못하는 당원들까지 합치면 전체 당원의 3분의 1정도가 통상적인 당활동에서 이탈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또 그동안 당 대열을 정비하기 위한 시도들이 실패한 것도 식량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해 굶주림을 해결하지 못한 채 추진하는 당 조직 정비작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