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우리당 역사에 길이 빛날 대경사'로 선전하고 있는 당대표자회에 대한 주민들의 무관심과 불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선출된 대표자들이 모두 고위간부들로만 구성된 데다 대표자회를 핑계로 주민통제를 강화해 시장물가가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다가오는 노동당대표자회를 앞두고 가뜩이나 생활고에 허덕이던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소식입니다.
대표자회를 이유로 주민들의 이동을 철저히 통제하면서 유통이 막힌 식량과 생필품 등 장마당 물가가 최근 들어 크게 뛰어 오른 데 따른 불만이라는 얘기입니다. 더구나 당대회에 참가할 대표들이 하나같이 부유한 특권층 간부들로 구성된 점도 '저들만의 잔치'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양강도 대홍단군의 한 소식통(간부)는 최근 "당대표자회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에 올라갈 양강도 대표들이 (도소재지인) 혜산시에 모여 대기상태에 있다"며 "그들도 언제든 출발할 수 있도록 대기 상태에 있으라는 지시만 받았을 뿐 정확한 출발 날짜는 모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당대표자회와 관련 양강도에서 도당책임비서를 비롯한 각 시, 군당 책임비서, 연합기업소 초급당비서들로 모두 28명의 대표들이 선발되었고 혜산신발공장과 강철공장을 비롯한 (김정일의) 현지지도 단위 책임자들로 30여명의 방청인원을 뽑았다고 전했습니다.
일반인 대표로는 백두밀영소장 장영숙과 그의 남편인 백두밀영 보안서장이 유일하다며 대홍단군의 경우 김정일이 직접 '홍단이'라고 아기이름까지 지어준 민원식씨 부부를 대표로 추천했으나 승인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간부의 증언대로라면 일부 보도된 대로 노동당대표자회가 오는 4일부터 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당대표자회에 기본대표 외에도 많은 방청인들이 참관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진 내용입니다.
그는 며칠 전 혜산시에 다녀왔다면서 "이전에는 혜산에서 대홍단군까지 사이에 10호초소(검문소)가 3곳뿐이었는데 지금은 임시초소까지 무려 8곳으로 늘어났다"며 "초소마다 신분증검사는 물론 휴대한 짐까지 샅샅이 뒤지는 바람에 몇 번이나 짐을 올리고 내려야 했는지 모른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한편 평안북도의 또다른 소식통은 "결혼이나 가족의 장례식과 같은 대사가 있어도 평양시에는 여행승인이 떨어지지 않는다"면서 "타 지방에 가는 경우도 현지에서 확인해 주어야 여행증이 발급된다"고 말해 사실상 모든 주민들의 이동이 완전 중지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열차를 통한 상업적 유통이 막히면서 800원대까지 내려갔던 식량가격이 천백원을 훌쩍 넘어서고 그에 따른 주민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8월 20일까지만 해도 850원 계선에 머물던 북한의 식량가격은 9월 2일 현재 청진시와 함흥, 혜산시를 비롯한 도시들에서 1100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햇곡식이 나고 있음에도 식량가격이 이렇게 치솟는 현상은 수산물과 과일, 생필품 등의 유통이 막히면서 장마당 전반의 물가가 급등한데 따른 것이라고 소식통은 주장했습니다.
그런데다 이번 당대표자회 참가자들에게 텔레비전을 비롯한 많은 선물들을 준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배부른 자들끼리 모인 저들만의 잔치'라든지, '그렇게 먹다가는 무사하지 못할 것' 이라는 등 험한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해 당대표자회를 향한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음을 강조했습니다.
북한당국이 심혈을 기울이는 당대표자회를 위한 사회통제 때문에 때대끼(하루벌이)로 연명하는 도시주민들의 생활난이 가중되면서 사회적 불만이 치솟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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