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자회 결산] 당규 ‘공산주의’ 삭제

MC:

44년 만에 막을 올렸던 조선노동당 대표자회가 끝났습니다. 당대표자회와 관련한 이모저모를 정영기자와 정리해보겠습니다.

정영기자, 안녕하세요. 대내외 관심을 끌었던 노동당 대표자회가 개막된 지 하루 만에 속전속결로 끝났는데, 이번 당대표자회의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정영: 1980년 6차 당 대회가 5일간, 1966년 제2차 당대표자회가 8일간 열렸던 것에 비해 이번 당대표자회는 전광석화처럼,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원래 당대표자회 일정보다 2주간이나 지연된 데다가 하루 만에 뚝딱 끝난 것을 보면 북한 내부에서 무슨 다급한 사정이 있지 않는가 하는 의문을 가져보기에 충분합니다.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주목할 부분은 김정일의 삼남 김정은을 북한의 후계자로 공식화했다는 것과 당규약이 개정된 것이라고 보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28일 하루 동안 제3차 당대표자회와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김정은을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하는 등 대대적인 인사개편을 마무리했습니다.

당대표자회 하루 전인 27일에 김정은, 김경희, 최룡해 등 6명에게 대장 칭호를 부여하는 등 군 승진 조치가 단행됐습니다. 리영호 총참모장도 대장에서 차수로 승진되었지요. 이는 김정은의 당 권력 배치를 위한 측근 배치로 풀이됩니다. 원래 북한 노동당의 기존 직제에는 당 중앙군사위의 부위원장 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을 위해 새로 신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고 있습니다.

MC: 한국을 비롯한 외국 언론들은 김정은, 김경희, 최룡해 등 민간인 출신들에게 대장칭호를 부여한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정영: 한국을 비롯한 외부언론에서는 이번에 김정은, 김경희 등 군 경력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 인민군 대장칭호가 수여된데 대해 의아해합니다. 원래 군장성이라는 것은 군을 거느릴 수 있는 장군으로, 대장이라면 휘하에 수만, 또는 수십만의 군사가 있어야 하는데, 20대의 어린 나이에 그럴만한 능력도 없고, 또 김경희처럼 64세의 할머니가 군 장성이 되는 것이 이상하다는 반응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김정은, 김경희, 최룡해 등 김정일의 가족이거나 측근들에게 대장의 칭호를 부여한 것은 김정은이 당중앙 군사위원회에서, 또는 당의 권력으로 군을 장악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 위한 상징적인 칭호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대장급의 군장성이라도 김정은이 당중앙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면서 대장이기 때문에 통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MC: 이번 인사 과정에는 과거 관심을 모았던 사람들이 누락되는 변화도 보이는데요.

이번 인사에서 눈여겨 볼 것은 당초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차지할 것으로 보였던 장성택, 오극렬, 김영춘 등 과거 김정일의 측근들이 조명을 받지 못한 것입니다.

외신들은 장성택이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도해왔고, 김정일이 사망하면 장성택이 북한 권력을 장악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습니다. 그러나, 장성택은 그의 아내 김경희보다 낮은 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되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이 당중앙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되는 반면, 장 부장은 군사위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김영춘도 정치국 상무위원이 될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번에 정치국 상무위원이 된 리영호 총참모장에게 밀렸습니다. 오극렬도 관심이 되었지만, 그는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 위원은 고사하고 당중앙 위원에 기용되는데 그쳤습니다.

이번 당대표자회 인사 구도를 보면 친 김정은 세력들은 정치국 위원, 비서, 당중앙 군사위원 등 요직에 기용되는 반면, 나이 많고 후계체제에 적극적이지 못한 사람들은 요직에서 크게 밀려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당대표자회 과정은 전적으로 김정은 후계 판도를 짜기 위한 퍼줄 맞추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MC: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북한은 당규약을 개정했는데, 새로운 내용이 있습니까,

정영: 북한이 이번 당 대표자회를 통해 당 규약의 ‘최종 목적’에서 ‘공산주의사회 건설’을 삭제하는 등 당규 일부를 개정했습니다. 북한이 노동당 규약을 개정한 것은 1980년 6차 당 대회 이후 30년 만입니다.

조선중앙방송이 공개한 조선노동당의 개정 당규약 서문에 따르면 원래 당의 ‘최종목적’이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사회 건설’인데, 이번에는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인민 대중의 완전한 자주성 실현’으로 바뀌었습니다.

결국 ‘공산주의 사회 건설’이라는 대목이 빠지고 ‘인민 대중의 완전한 자주성 실현’이라는 새로운 문구가 들어간 것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정치방식인 ‘선군정치’라는 용어도 새로 들어갔고, 노동당의 당면 목적도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완전 승리’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로 고쳤습니다.

북한은 작년 4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 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하면서 ‘공산주의’라는 단어를 삭제했습니다.

이로써 북한은 전 세계적 판도에서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건설하던 구소련 및 동구권 등 진영이 쇠퇴하고, 중국도 자본주의 경제방식을 운용하는 등 공산주의 이념이 사라지기 때문에 사실상 북한도 공산주의를 포기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현재 공산주의라는 이념보다는 나라를 김일성, 김정일의 영구적인 세습국가로 고착시키기 위해 헌법 및 당규약들을 고치는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MC: 이번 당대표자회 결과에 대해 북한은 새벽에 보도하는 행태를 보여주었습니다. 왜 새벽에 발표하는 것입니까,

정영: 북한이 김정은 등을 인민군 대장칭호를 주었다는 소식을 보도한 것은 28일 오전 1시9분입니다. 그리고 김정은이 당중앙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올랐다는 소식은 새벽 4시, 주민들이 모두 자는 새벽에 보도했습니다.

원래 북한은 당대표자회가 진행된 28일 오후 2시 당대표자회 결과에 대해 중대보도를 한다고 선포하고는 김정일의 노동당 총비서 재추대소식만 전했습니다.

이렇게 김정은의 선출과 같은 중요한 소식은 주민들이 잠들어 있는 오밤중에 발표한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이로부터 북한이 왜 새벽을 택했는가 하는 의문점이 생깁니다.

그 이유는 우선 북한 당국자들도 주민들이 다 깨어 있는 밝은 대낮에 공식 발표하기가 좀 쑥스러운 점이 있지 않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김정일의 아들, 누이동생, 매부 등 측근들을 당의 권력기관에 배치하고 충성분자, 나이 많아 보신적인 아첨분자들로 지도부를 꾸리고 선포하기가 부끄러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이 미국 등 서방을 상대로 보도하기 위해 새벽에 보도하지 않았는가 하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반도 시간으로 새벽 1시이면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낮 12시가 되고, 새벽 4시는 낮 3시입니다.

그래서 북한이 새벽시간대를 택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즉 미국에 대고 “당신들이 북한의 급변사태를 운운해도 우리는 끄떡없다, 누가 뭐래도 후계자 지정도 우리 식대로 한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입니다.

MC: 지금까지 북한에서 진행된 당대표자회와 관련해 이모저모를 정영기자와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