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대표자회 생중계 못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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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을 비롯한 언론 매체들이 11일 개최된 노동당 대표자회를 생중계하지 않아 의문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의 탈북자들은 생중계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북한내부정세가 긴장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풀이했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

건축의 조형화, 예술화가 훌륭히 실현된 인민극장은 연건축면적 5만여 평방미터, 총건평 1만 1천500평방미터로…

노동당 대표자회가 열리고 있었을 4월 11일, 북한은 평소와 달리 오전 9시부터 텔레비전 방송을 시작했지만 후계자 김정은이 새로 건설된 인민극장과 미술전시장을 현지시찰 했다는 소식만 반복해 내보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저녁 5시가 되어서야 평양에서 열린 제4차 당대표자회 소식을 전하면서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영원한 당 총비서로 추대했고 김정은 당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노동당 제1비서로 추대했다고 밝혔으나 회의진행과정이나 회의시간에 대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도 이날 오후 6시에 ‘중대 방송’을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짤막하게 전했고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저녁 8시 보도시간이 돼서야 방송원의 설명으로 회의 소식을 알리는 등 예상 밖의 보도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통상적으로 북한은 대부분의 회의나 행사들을 현지실황중계(생중계)가 아닌 녹화방송으로 전하고 있지만 이번 노동당 대표자회 소식은 지나칠 정도로 늦어져 내부적으로 어떤 사정이 있지 않았나하는 의문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북한의 언론 매체들은 2010년에 있었던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도 회의가 끝난 후 한참 뒤늦게 보도했으나 이는 처음으로 얼굴을 선보인 후계자 김정은의 모습을 편집해야 했고 병색이 완연한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을 많이 수정해야 했기 때문에 사후작업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11일에 있은 당대표자회의 경우, 이미 북한 언론들을 통해 김정은의 행동거지가 수도 없이 공개되었고 또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더 이상 감출 것도 없는 상황임에도 이상하리만큼 보도가 늦어져 의문을 증폭시켰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에 정착한 여러 탈북자들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입니다.

탈북지식인 단체인 ‘NK 지식인연대’ 도명학 사무국장은 “보통 체육경기나 기념보고회와 같은 행사는 텔레비전을 통한 현지실황 중계도 많이 한다”며 “당대표자회도 (내용상이 아닌) 형식상에서는 기념보고회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도명학 녹음 :

현지 실황중계를 못하는 것은 그만큼 북한 내부 사정이 불안정하다 보니까 제대로 내 보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북한은 2010년 6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있었던 월드컵 축구경기대회 당시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북한 팀이 0:7로 패배하는 모습도 현지실황 중계로 주민들에게 여과 없이 보여준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