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오늘은 북한 노동당이 창건된 지 67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출범하고 처음 맞는 당창건 기념일인 만큼 어떻게 치러질지 주목됩니다. 전문가들은 나라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의 현실에 비춰볼 때 이번 당 창건 기념일 역시 예년처럼 희망없는 명절로 끝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당 창건 67주년을 맞는 북한이지만, 유엔의 세계식량계획은 북한 식량 원조를 위해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경제난으로 평양도 식량배급이 끊겼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고, 북한 내 소식통들은 굶어 죽는 주민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목격담을 외부에 전하고 있습니다.
또 얼마 전 끝난 최고인민회의에서 북한은 경제문제와는 관계가 없는 12년 교육학제 변경만을 발표했습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 (북한 주민들은) 장사 등을 하면서 그냥 알아서 살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나라에서 하는 것은 상관없이 말입니다. 경제개선조치 같은 경우 최고인민회에서 다루기는 아직 시기 상조인 것 같습니다.
군에 대한 식량 배급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 북한 군의 당국에 대한 믿음도 예전만 못합니다. 사상이 비교적 투철한 최전연(최전방) 지역의 군인마저 최근 잇따라 남쪽으로 탈출하는 상황입니다.
거듭되는 식량난에도 북한은 올해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 때 강성대국이 시작되는 초석의 해로 삼겠다며 주민들을 선동했습니다.
북한이 말하는 강성대국 완성은 결국엔 경제적 도약이 필수이지만, 현재와 같은 자력갱생의 원칙 하에서는 이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입니다.
최윤철 북한전략센터 사무국장: 북한 정권이나 김정은에게 있어 인민생활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득권이고 권력이죠. 그 사람들은 권력 안정성과 관련해선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의 강성대국 건설은 외국 자본을 북한에 끌어들여야 가능한 것이고, 이런 외국 자본의 북한 투자를 위해서는 미국으로부터 북한이 인정을 받는 것, 즉 핵을 포기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또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남북 경제협력이 축소되고, 이로 인해 남쪽의 경제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결국 북한이 기댈 것은 중국의 전폭적인 지원이지만, 중국은 역시 불확실한 북한을 향해 선뜻 손을 내밀지 않고 있습니다. 황금평과 위화도 개발에 대한 북중 간의 합의가 있었지만, 개발이 본격화 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김규철 남북포럼 대표 : 황금평과 위화도는 단지 조성에 앞서 방벽 공사만 3~5m 정도로 뚝을 쌓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기업들이 투자할 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북한은 지난해 당 창건 기념일을 맞아 평양시 주민에게만 '명절 특별공급'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평양시민 1인당 월 배급량의 13일분이 공급됐습니다. 당시 특별공급에서 제외된 지방 주민들은 불만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생일 다음으로 큰 명절인 북한의 당 창건 기념일. 잇따른 수해와 태풍으로 겨울나기조차 힘겨운 지금의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은 오로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