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 창건일 군 열병식 사라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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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어제 노동당 창건 66주년을 맞은 북한은, 어찌된 일인지 특별한 행사 없이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반면, 남쪽에선 대북단체 회원들이 모여 휴전선 인근 파주 임진각에서 故 황장엽 노동당 전 비서의 1주기 추모식과 북한의 3대 권력세습을 비판하는 대북 전단을 북쪽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65주년을 맞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계자 김정은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거행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최대 규모로 명절상품을 주민들에게 공급하기도 했습니다.

후계자 김정은에 대한 권력승계가 한층 강화된 올해도 당창건 기념행사가 크게 열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녹취: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

] 현재까지 북한의 공식매체를 통해서는 오늘 당 창건기념일 행사와 관련한 내용이 보도된 것이 없습니다. 중앙보고대회나 다른 내용도 없었고요. 질문하신 열병식 관련한 내용도 현재까지는 보도된 동향이 없습니다.

노동당 창건일은 김일성, 김정일 생일과 함께 북한의 큰 정치적 명절로 각종 예술공연, 기록영화 상영 등 경축행사가 있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축제 분위기는커녕 썰렁한 분위기마저 느껴졌다고 대북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선전매체를 동원해 홍보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북한 당국이 왜 가장 중요한 당 창건기념일에 대규모 기념행사 없이 그냥 보냈을까요?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우선 북한의 어려워진 경제적 사정을 첫 번째로 꼽았습니다.

[인터뷰:

김용현 동국대 교수

] 9.9절 때 이미 열병식을 했고, 또 올해가 꺾어지는 해가 아니기 때문에 행사를 크게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강성대국의 원년으로 삼은 내년 2012년에는 보다 큰 당 창건 기념행사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몇몇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뭔가 큰 발언이나 움직임을 보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제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일부에선 국가 수립일인 9.9절 때 과도한 행사를 열어 주민들 사이에서 후계자 김정은에 대한 불만 등이 높아지면서 최근 행사 자체를 취소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광일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 대표

] 현재 김정은의 세습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내놓을 만한 게 없잖아요. 괜히 무리하게 행사를 크게 해서 민심을 잃으면 김정은 후계 작업에만 불리하니까..

한편, 이날 한국에서는 대북단체 회원 200여 명이 휴전선 일대 임진각에 모여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추모식과 함께 대북 전단 20만장을 북한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대북전단에는 황 전 비서의 생전 활동과 국립묘지 안장 소식 등도 담겨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9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남쪽에서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공공연한 전쟁 행위”라며 “본거지에 대한 조준격파를 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