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24일 러시아에서 열린 북한과 러시아 간의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는 한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정치적 영향력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려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이로 인한 비핵화 회담의 가시적인 성과는 없을 것이라고 러시아 출신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박사가 지적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 박사는 24일 열린 북한과 러시아 양국 정상 회담 이후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등을 선언한 것은 러시아가 동북아 정세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란코프 박사는 따라서 정상간의 합의 내용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나 경제 협력 구도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란코프 박사
: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데 아주 중요한 것은 ‘타협’입니다. 이것을 제안할 수 있는 것은 러시아입니다. 러시아는 중개인 역할을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본과 자원을 많이 투자하지 않고 정치적인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란코프 박사는 러시아 측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회담을 통해 핵물질 생산이나 핵실험을 잠정중단하는 준비를 할 수 있다는 발표를 했지만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핵을 절대 포기하려하지 않는 북한과 비핵화 이외의 협상은 무의미하다는 강경론이 팽배한 미국과 한국은 6자회담의 진전을 이루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이번 북-러 회담 이전에 이번 합의 내용과 관련해 미국과 한국과도 사전 조율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비핵화가 아닌 ‘북핵문제 관리’ 차원의 미국과 북한, 또 한국과 북한 간의 회담이 열릴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러시아가 제안한 남북한과 러시아 3국 간의 가스, 철도, 전기 등 경제협력사업에 대해서도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북핵문제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란코프 박사는 말했습니다. 러시아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한반도의 정세가 안정되면 한국이나 일본에 가스나 전기를 공급해 이익을 추구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 러시아 기업이 이러한 사업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의향은 전혀 없다는 분석입니다.
란코프 박사
: 가스나 철도 사업도 문제가 있습니다. 정치문제입니다. 동북아 특히 한반도는 불안정인 지역인데, 투자규모가 수십억 달러로 추정되는 큰 사업입니다. 한반도에서 정치위기가 발생할 때 큰 돈을 투자한 러시아 기업은 정치적 인질이 될 것입니다.
러시아 정부는 정상회담에서 천연가스관 건설 사업을 검토하기 위한 3자 위원회 발족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투자 기업이 떠안게 될 정치적 위험에 대한 보상을 해줄 의사는 없다는 지적입니다.
란코프 박사는 북한은 러시아를 이용해 미국과 한국으로부터 원조를 얻기 위한 기반을 닦고 중국이외에도 러시아라는 지지국가가 있다는 것을 세계와 자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해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미국의 민간연구단체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의 블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 선임연구원도 24일 한국의 연합뉴스에 보낸 전자우편을 통해 북-러 정상회담의 내용이 “전형적인 외교적 약속의 나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단순히 이전 상태로 복귀하겠다는 외교적 약속을 하는 대가로 경제 지원을 받곤 했다”면서 북한의 약속이 실천된 적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