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북한의 두 번째 위기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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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7-8월이 지나면서 북한의 대미, 대남 정책은 180도로 바뀌었습니다. 거의 일 년 동안 별 이유 없이 긴장을 고조하려 노력했던 북한이 갑자기 많은 양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성공단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금강산과 개성 관광의 재개에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지난 일 년 동안 북한은 다시 한 번 '벼랑 끝 외교', '위기 외교'를 이용했습니다. 북한 정권은 일단 외부의 관심을 끌고 양보를 받기 위한 첫 단계로 긴장을 고조하고 이를 위해 미사일 발사, 핵 실험 등 온갖 위협 수단을 동원합니다.

위기가 어느 정도 고조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다음 단계에서는 반대로 화해의 손을 내밀며 회담장에 나설 의지가 있다는 뜻을 보이는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로 북한 외교관들은 그들이 만든 위기를 완화하는 조건 아래, 국제 사회에서 경제적 원조와 외교 양보를 얻습니다. 지금 북한은 명확하게 제2단계, 즉 회담을 주장하는 단계입니다.

북한은 이러한 외교 전술을 몇 차례 이용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북한은 남한의 국내 정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북한의 제일 큰 오판은 남한 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을 과잉 평가한 것입니다.

북한 언론을 보면 남한 사람들은 밤낮 없이 북한의 정책, 김정일의 정책에 대해 걱정하면서 살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남한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북한은 남한 사람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졌습니다. 물론, 이남 사람들도 위기를 환영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은 북한의 계속된 도발에 이제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남북 교류는 평등한 교류가 결코 아닙니다. 남북 교류를 위해 남측이 돈, 기술, 자원을 북쪽에 주고 있으니, 사실상 협력이 아닌 대북 원조에 가깝습니다.

북한은 지난 일 년 동안,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 있다는 위협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위협은 그다지 큰 압력 수단이 될 수 없었습니다. 남한에서 개성공단을 통해 얻는 것이 별로 없고 공단 사업 자체는 남한 경제의 규모를 보면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북한의 전쟁 위협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근 20년을 살면서 남한 국민들의 의식 변화를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1990년대 초, 첫 북한 핵 위기 때는 북한이 위협을 시작하면 사람들은 신경을 썼습니다. 식료품을 사재기 하는 등 동요가 있었지만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북한이 위협을 무시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저는 이번 '위기 외교'를 통해 북한이 남한에서 얻을 것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