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양희정 기자와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한 유럽 북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 볼까요? 양희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홍: 안녕하세요?
양: 예, 안녕하십니까?
홍: 유럽의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사망 이후 북한의 지도체제나 사회가 어떻게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한데요.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양: 과연 후계자 김정은이 김 위원장의 뒤를 이어 김위원장과 같은 지도력을 갖고 북한을 이끌 수 있는 최고 통수권자가 될 수 있을지? 러시아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죠? 러시아 과학원의 게오르기 톨로라야 박사와 제가 전화 인터뷰를 했습니다.
톨로라야 박사를 비롯해 몇몇 유럽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인데요. 북한의 지도체제가 당분간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홍: 그렇게 보는 이유는 뭡니까?
양: 잘 아시다시피 김정은이 독자적으로 정권을 장악하기엔 김 위원장의 사망이 너무 빨랐다는 것입니다. 2008년 김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에 아직 서른 살도 되지 않은 김정은이 몇 년 만에 정치적인 기반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설명입니다.
톨로라야 박사는 따라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북한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은을 전면에 내세우고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과 북한을 이끌어가는 집단 지도 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홍: 언제까지 집단 지도체제가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지요?
양: 앞으로 수개월에서 1년 정도는 장성택을 중심으로 김경희, 또 김 위원장의 부인 김옥까지 공동으로 북한의 정책을 결정하는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견해입니다. 우선 장례식 등의 절차를 마무리 하고 김위원장 생존시에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은을 전면에 내세우고 섭정을 한다는 견해입니다.
홍: 하지만, 김 위원장의 네번째 부인 김옥에 대한 주장은 설득력이 좀 떨어질 수도 있지 않나요? 김옥은 김 위원장 생전에 북한의 국정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인데 김 위원장이 없는 상황에서도 이 같은 권력을 누릴 수 있을지가 의문인데요?
양: 그렇습니다. 김 위원장의 신임을 바탕으로 막강한 권력을 누렸지만 김정은의 고모부이자 김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과의 관계는 껄끄러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복수의 대북 전문가는 장성택이 2004년 초 '분파행위'를 이유로 업무정지 처분을 받고 2년이나 중앙정치 무대로 복귀하지 못한 것에 김옥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주장합니다. 김옥은 사실상 2인자인 장성택이 지위를 회복하면 자신의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해 장성택의 복귀를 막고 후계자 선정문제에도 개입했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을 통해 영향력을 키웠다는 것이죠.
홍: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김정은, 김옥, 장성택, 김경희 간의 갈등으로 북한의 권력구도에 일대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 배경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양: 톨로라야 소장은 북한의 군사 반란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홍: 폴란드의 북한 전문가도 장성택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가 될 것으로 내다 봤죠?
양: 폴란드에서 북한 관련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폴란드 과학대학의 니콜라스 레비 전문위원의 견해인데요. 29살의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이 독자적으로 북한을 다스릴 수 없을 것이라면서 장성택이 실질적인 권력을 갖고 김정은이 북한 지도체제의 '얼굴'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홍: 그와 같이 분석한 이유는요?
양: 김일성 전 주석과 김 위원장으로 이어지는 혈통 때문에 김정은을 앞에 내세울 수 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은 나라에 충성하는 체제가 아니라 김일성, 김정일로 이어지는 김씨 왕조에 충성하는 정치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김 씨 일가가 아닌 장성택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홍: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전이 19일 발표한 '김정일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서 김정은 당 군사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첫 번째로 이름을 올렸지만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은 14번째, 그리고 장성택 부위원장은 19번째로 올랐습니다. 과연 국가장의위원회의 서열 19번째인 장성택이 과연 실세로 군림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양: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정은은 20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 총리,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김경희 당 경공업 부장 등 당•정•군 고위 간부진을 대동하고 김정일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아 참배했는데요. 김 위원장 사후 김 부위원장의 첫 번째 단독 공개활동입니다.
홍: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줌으로써 김 위원장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뜻을 내보인 것 아닙니까?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언론은 김정은의 참배를 보도하면서 김정은의 이름 앞에 일제히 `존경하는'이란 존칭적 수식어를 사용해 김정은의 세습 구도에 힘이 실리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양: 영국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인 영국 리즈대학의 아이단 포스터-카터(Aidan foster-Carter) 명예사회과학 연구원도 공식적으로는 김정은을 지도자로 내세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단지 실질적인 권력의 균형이 어디에 쏠릴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양: 들으신 대로 포스터 카터 연구원은 김정은이 언젠가는 국방위원장이 되겠지만 김정은에 대해 알려진 바가 너무 없기 때문에 지도력에 대한 확신이 들 때까지 뒤에서 누군가가 도움을 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정책방향이나 개인적인 반감 등의 이유 때문에 장성택이 섭정을 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습니다.
홍: 또 다른 유럽의 한반도 전문가는 예상보다 빨리 김 위원장이 사망해 김정은으로의 승계에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죠?
양: 그렇습니다. 이 전문가는 마오쩌뚱 즉 모택동 사후의 중국과 마찬가지로 북한에서도 장성택 등을 중심으로 한 섭정이 당분간 유지되겠지만, 2012년 강성대국 건설에 동원된 학생과 같이 김정일 치하에서 불만을 가졌던 세력들이 어떻게 행동할 지 주목된다고 말했습니다. 당분간은 장례 후 수 주일에서 길게는 1년까지는 평정을 유지할 수 있지만 김 위원장에게 반기를 들지 못했던 세력이 불만을 어떻게든 표출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홍: 국제사회는 김 위원장의 사후에 북한의 정권이양이 평화롭게 이뤄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어떤 제안이 있나요?
양: 예 아이든 포스터 카터 연구원은 중국을 비롯해 매우 적은 국가에서 김 위원장의 사후에 조의를 표명했다면서 지금이야말로 북한 주민을 위해 위로의 말을 건네주는 것이 북한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군부가 김정은이 전면에 내세우는 역할마저도 해낸다는 확신이 없다면 김정은을 축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하면서 말이죠.
홍: 양희정 기자, 감사합니다.
양: 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