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진화하는 대북 삐라 Q/A

남한에서 북한으로 보내는 전단(삐라)이 동영상을 담은, 최첨단 형태인 DVD까지 진화했습니다. 탈북자를 중심으로 북한에 삐라를 보내는 이들은 대북 전단이야말로 북한과 같은 극도의 폐쇄 사회로 바로 침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이제 DVD까지 삐라와 함께 보냅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대북 전단이 DVD로 진화했다는 이야기가 무슨 내용인지부터 설명해 주시지요?

기자:

북조선의 실상을 담은 DVD가 삐라와 함께 북조선으로 날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풍선을 이용해서 북조선으로 삐라를 보내는 ‘대북풍선단’의 이민복 대표는 26일 “올해부터 종이 전단 외에 DVD 영상물을 만들어 북한에 함께 보낸다”고 밝혔습니다. 2월부터 최근까지 북조선으로 날아간 DVD 삐라는 약 400장입니다. 이 대표를 비롯해 북조선으로 삐라를 보내는 탈북자들은 인민이 영상물을 보면 그것에 담긴 내용을 믿지 않을래야 믿지 않을 수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또 그것이 은밀히 복제돼 퍼질 수도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었습니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한국 언론은 물론 프랑스 통신사 AFP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앵커:

북조선으로 삐라를 보내는 이들은 어떤 목적에서 그 일을 합니까?

기자:

전단이 극도로 통제된 사회로 바로 침투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보며 그래서 이런 수단을 통해 북조선 실상을 알린다는 목적입니다. 아시다시피 북조선은 남조선을 비롯해서 외국에서 들어오는 문물을 철저히 막아서 남조선이나 다른 나라를 북조선과 비교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정권을 유지합니다. 북조선의 실상이 알려지면 정권 안위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전단으로 철저한 차단을 뚫을 수 있습니다. 대형 풍선을 이용한 전단 살포는 전파와 더불어서 북한을 침투할 수가 있는 수단입니다. 풍선은 바람을 잘 타면 레이다에 걸리지 않고 2-4시간 안으로 평양에 도달합니다. 북한 당국은 이런 풍선에 속수무책(束手無策)입니다. 비용은 대형 풍선 1개에 약 107달러 정도입니다. 풍선 1개에 전단 약 6만 장을 실을 수 있습니다.


앵커:

삐라는 주우면 바로 볼 수 있어 북한의 실상을 즉각 알리는 주요 수단입니다. 그런데 북한 주민이 DVD를 습득하면 어떻게 그 안의 내용을 알 수가 있을까요?

기자:

탈북자들은 이런 저런 점을 감안해 DVD를 북조선에 보냅니다. 이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북한에는 의외로 많은 주민이 어렵지 않게 DVD를 볼 수 있습니다. 최근 탈북한 이들은 도시민 경우 70-80%가 가정에 DVD 기기가 있고 DVD 시청이 가능한 컴퓨터 보급율도 상당하다고 밝혔습니다. 남한의 탈북자들은 DVD가 하늘에서 떨어져도 북조선 주민이 보는 데 지장이 없게 하려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풍선에 완충재를 넣고 공기 저항을 줄이는 방법을 강구해 시험에 시험을 거듭한 끝에 시청에 문제가 없는 방식을 알아냈습니다.

앵커:

북한 내부로 바로 도달하는 대북 전단과 DVD는 대체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기자:

북한 지도부가 숨기고 싶은 내용입니다.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자 관계와 사치 생활, 남조선의 높은 생활상, 남북 체제의 비교 등입니다. 이것은 북한 정권이 결코 밝히고 싶지 않은 내용뿐입니다. 특히 김 위원장의 복잡한 여자 관계를 비롯해 부도덕적인 내용이 들어간 부분은 북한 당국이 가장 신경을 쓰는 내용입니다. 이것을 읽은 군인이나 주민이 김 위원장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너무나도 뻔한 이야기입니다. 흠결이 없는 지도자로만 알려진 장군님과 전단의 내용은 아주 대조적입니다. 이런 내용은 정권 안위와 직결된 사항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북한은 남조선에서 날아오는 이 같은 전단을 아주 위험하게 생각하겠네요?


기자:

몇 가지 이유에서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고 체제 유지에 꽤나 위협이 되는 일로 여깁니다. 북한 당국은 2005년 7월부터 북한으로 보내는 대형 풍선이 고안되면서 전단의 규모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삐라를 살포하는 주체가 남조선 사람이 아니라 북조선 출신자라는 점에도 유념했습니다. 북조선 출신의 사람이 북조선의 가장 아픈 곳을 정확히 지적하는 바람에 전단의 내용에도 불안감을 보였습니다. 특히 전단의 내용이 북조선 인민 사이에서 퍼져 나가는 일을 가장 경계했습니다. 그러한 내용은 북조선 체제를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여성 편력은 파괴력이 있다고 보입니다.


앵커:

북한 당국이 반체제적인 내용을 담은 삐라를 심각하게 본다는 사례가 있습니까?

기자:

북한 측이 남한 측을 만날 때마다 전단지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입니다. 북한은 3월 2일 개성공단에서 이곳에 입주한 남조선 기업의 통행/통관/통신 등 이른바 3통 문제를 논의할 때에 대북 전단에 대해서 “반공화국 책동을 중단하라”며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또한 1월 13일 남북 군사실무회담 북측 단장은 “1일 대북 전단 보내기 국민연합이 반공광증(反共狂症)에 들떠 삐라 수십만 장을 우리로 보내는 난동을 부렸다”며 “이들을 엄벌에 처하라”고도 요구했습니다. 북한 군부는 2008년 10월 28일에도 군사회담 북측 대표단의 대변인 명의로 전단 살포가 계속되면 인민군대의 단호한 실천 행동이 뒤따르게 된다고도 위협을 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런 사례 외에도 수시로 남측에 삐라 살포를 중지시켜 달라고 요구합니다.

앵커:

북한 당국은 어떤 식으로 주민들이 체제에 위협을 주는 전단을 보지 못하게 하나요?


기자:

주민에게 공포심을 주입한다고 합니다. 북조선 당국은 남조선에서 날아온 전단을 주민이 자세하게 읽는 일을 가장 싫어합니다. 전단이 정권에 좋지 않은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삐라를 발견하면 보지도, 줍지도 말며 위치만을 표시했다가 신고를 하라고 지시합니다. 전단지에 세균이나 화학물질이 묻어 있다고도 은근히 알린다고 합니다. 대북 전단을 날리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는 “1990년대 북조선 원산에 살고 있을 때 전단에 화학물질이 묻었으니 만지지 말고 신고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보도를 보면 탈북자들은 DVD 이전에는 소형 라디오도 북한으로 보냈다고 하는데요?

기자:

이들은 작년 가을부터 소형 라디오를 북한에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전단만으로는 외부의 정보를 북한으로 보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이 요즘 들어서 더욱 통제를 강화해서 더 그렇게 판단합니다. 담배갑 크기의 라디오는, 무게 70그램으로 휴대하기에 쉽고 숨기기도 쉽습니다. 또 단파 방송을 비롯해서 다른 국가의 방송도 청취가 가능할 정도로 수신 상태가 양호하다고 합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이를 수천 개 더 보낼 예정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대북 전단의 발전에 관한 이모저모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