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태일 제 1부부장, 박남기와 함께 철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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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개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2월 말 박남기 노동당 재정부장과 함께 철직된 인물은 리태일 조직지도부 부부장이라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3월 중순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안고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과 함께 처형된 것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조직지도부 1부부장 리태일”이라고 북한의 무역관련 일꾼인 송모씨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밝혔습니다.

‘화폐개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과 함께 총살된 것으로 전해진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해 그동안 관심이 모아졌는데 실명이 알려지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무역관련 사업차 중국 단동에 나와 있다고 밝힌 송씨는 익명을 요구한 전화통화에서 이와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박남기와 리태일은 장성택의 모략으로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뒤집어 쓰게 되었다”고 비난했습니다.

송씨에 따르면 박남기와 리태일이 실각된 원인은 지난 1월 중순, ‘화폐개혁’실패 책임을 둘러싼 노동당 간부들의 ‘대논쟁’ 자리에서 “장성택을 비난하는 듯한 발언을 한 때문”이라는 것 입니다.

‘화폐개혁’을 단행하던 초기에 대부분의 간부들이 주민들의 혼란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장마당을 없앨 것을 호소했는데 노동당 행정부 부부장직을 맡고 있는 장성택이 사법권을 발동해 장마당을 단번에 폐쇄해버렸다는 것입니다.

송씨는 “박남기와 리태일이 주축이 되어 국가계획위원회 일꾼들과 함께 ‘장마당을 갑자기 없앤 것이 화폐개혁 실패의 기본요인’이라고 항변했다”며 “이러한 발언은 장성택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장마당 폐쇄를 지시한 장성택과 함께 김정일과 김정은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지목되어 엄벌을 받은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박남기와 함께 철직된 인물이 리태일 제1부부장이라는 사실은 신의주시 모 대학 교수인 백모씨도 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확인해 주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백씨는 “박남기와 리태일이 함께 처형된 것으로 알고있다”고 주장하면서 “리태일 부부장이 중앙당 조직지도부 당생활지도과를 맡았기 때문에 당 외화벌이 사업도 함께 관리하면서 이번 ‘화폐교환’에 많이 관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남기와 리태일이 처형되었다는 확실한 정보가 있느냐”는 질문에 백씨는 “언제 어데서 처형됐다는 말은 없지만 장성택을 공격한 것이 사실이라면 살아남기 힘들지 않겠느냐”며 “뒤탈을 없애기 위해서 그들을 죽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4월 4일, 북한전문 인터넷신문인 ‘데일리 NK’는 박남기의 처형소식을 전하면서 “이름이 확인되지 않은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 1명도 함께 처형됐다”고 보도한바 있습니다. 한편 북한당국은 지난 3월 19일과 20일에 조선중앙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된 기록영화들에서 박남기의 사진을 모두 삭제해 이러한 보도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탈북자단체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남한 언론들이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물어 박남기와 신원미상의 인물이 처형됐다고 보도했으나 일부에선 ‘화폐개혁이 어느 일개인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박남기를 처형하지 않고 단순한 해임정도에 그쳤을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하면서 이들의 처형여부를 놓고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대북 소식통들이 박남기와 함께 철직되었다고 주장하는 리태일 제1부부장은 지난 2009년 3월 4일, 조선중앙방송이 김정일의 삼지연지구 혁명전적지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면서 ‘함께 동행했다’고 보도함으로써 알려진 인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