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전쟁터에서 쓴 편지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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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환 씨가 펴낸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책 표지. Photo courtesy of 삼인
이흥환 씨가 펴낸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책 표지. Photo courtesy of 삼인 (Photo courtesy of 삼인)

앵커 : 전쟁터에 나간 군인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한국전쟁 당시 전쟁터에서 고향으로 보낸 북한 인민군들의 편지가 보는 이의 가슴을 찡하게 만듭니다. 홍알벗 기자의 보도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평양에 들어가 노획한 북한군과 그 가족들의 편지는 모두 2천여통.

한반도 연구기관인 미국 워싱턴 인터내셔널센터(KISON, Korean Information Service on Net)의 이흥환 선임 편집위원은 2008년부터 3년동안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 보관 중이던 편지를 찾아내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란 책을 냈습니다.

이흥환 : 미군이 북한지역을 잠시 점령했을 때 노획된 문서 중에 편지가 들어 있는 박스가 2박스가 있었던 거죠. 북한에서 인민군에 입대를 해서 전쟁에 나갔던 사람들이 집에 부친 편지 또는 집에서 전쟁터에 나가있는 아들이나 아버지에게 쓴 편지 절반 이상이 그런 편지입니다.

이념을 좇아 전쟁터에 나간 인민군은 생사를 넘나드는 순간에서도 머리 속엔 온통 가족 생각 뿐입니다.

이 편집위원은 2천여통의 편지 가운데 애절한 사연이 담겨있는 100여통을 골라 자신의 책에 담았다고 말했습니다.

이흥환 : 예를 들어서 인민군 여전사로 나온 딸이 집의 어머니에게 쓴 편지 같은 경우는 집에 있는 내 가방을 열어봐라. 그러면 내가 입던 옷이 있을텐데 겨울도 오고 그러니 동생들한테 줘라 라든지요. 자기는 전쟁터에 나가 있지만 집안의 안부를 물을 때는 '추수는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습니다. 시기가 9월달 10월달이었으니까요.

이 편집위원은 남북 통일 문제도 인간과 가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흥환 : 저는 이념보다는 인간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치적인 문제 군사적인 문제보다도 인간적인 문제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전까지) 우리가 놓쳤던 개인사, 가족사 이런 문제들에 초점을 맞춰서 전쟁을 들여다보면 지금까지 풀리지 않았던 분단의 문제도 이런 쪽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 이 편집위원은 조만간 인민군과 그 가족들의 편지 2천여통의 내용과 주소록을 모두 정리해 두 번째 책을 출간할 계획이라며 편지의 주인을 찾고 싶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