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된 북한에도 드디어 중동의 민주화 시위소식이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민주화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당국이 중동지역을 휩쓸고 있는 민주화 시위소식을 막기 위해 모든 정보의 차단과 언론통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학가와 장마당을 중심으로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급해 맞은 당국자들은 개통 된지 두 달밖에 안된 국경연선지역 휴대전화 통신을 모두 차단하고 각 대학기숙사들까지 감시 인력을 파견해 주야로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4일, 연락이 닿은 양강도 혜산시의 한 대학생 소식통은 "아프리카와 중동의 나라들에서 연쇄적인 주민폭동이 일어나 정권이 뒤집히고 있다는 소식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며 "각 대학마다 1명씩이던 보위지도원을 4명씩으로 늘이고 대학담당 보안원들을 새롭게 배치해 기숙사를 비롯한 대학생들의 활동을 일일이 감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양강도에 중동 민주화시위 소식이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2일, 평양에 있는 친척들과 집 전화와 휴대전화 연계를 가진 주민들을 통해서부터였다고 합니다.
리비아에 간호사나 건설인력으로 나가있는 북한주민들의 대부분이 노동당 외교부와 내각 산하 육해운총국 간부들의 친척이거나 연줄이 있는 사람들인데 그들을 통해 평양지역에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방에까지 급속히 확산되는 형국이라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북한당국의 대처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대학들의 경우 통상적으로 담당주재 보위지도원이 한명씩 파견돼 있었는데 김정일의 생일 직후인 2월 18일부터 갑자기 보위원 3명씩 추가로 파견되었고 도 보안국(경찰)에서도 보안원 4명씩 내려왔다는 것입니다.
특히 대학들에서 자체로 진행하던 기숙사 점검에까지 보위원들과 보안원들이 직접 참가해 학생들의 동태를 구체적으로 감시해 긴장감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감시 조치가 대학생들의 의문을 자극했고 오히려 중동 민주화 시위소식을 확산시키는 역작용을 낳았다는 것이 이 소식통의 주장입니다.
한편 함경북도 회령시 소식통도 "장마당에 보안원들과 경무관(헌병)들이 쫙 깔렸다"며 "하지만 장사를 막거나 물건을 압수하는 일은 없다"고 말해 될수록 주민들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북한당국의 고민을 전했습니다.
휴대전화를 차단한 것은 물론이고 통신장비 과부하를 구실로 간부들을 제외한 일반인들의 집 전화도 당분간 차단한다는 방침이어서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중동 민주화 시위가 당장 북한의 민주화시위로 확산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판단입니다.
그러한 원인에 대해 소식통들은 가혹한 연좌죄(연좌제)를 적용해 온 북한 당국의 잔인한 탄압과 주민들을 결속시킬 수 있는 구심점이나 조직역량의 부재를 꼽았습니다.
소식통들은 일단 중동지역 나라들의 민주화 소요 소식이 북한 전역에 파급될 경우, 앞일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해 북한 주민과 군인들 속에서 김정일 정권에 대한 반감이 높아가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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