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사태로 김정일 외화벌이도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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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넘게 이어진 리비아 사태가 북한 경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리비아 내 북한 근로자의 외화벌이가 끊겨 북한 정권의 주요한 현금 수입원이 또 사라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서방 연합군의 4차 공습까지 이어진 리비아. 지난달 반정부 민주화 시위가 발생한 이후 한 달 넘게 이어진 리비아 사태로 현지의 건설현장은 대부분 멈춰 섰습니다. 외국 회사들도 건설현장에서 대부분 철수하면서 리비아 내 북한 근로자들이 일할 곳도 사라졌습니다.

현재 리비아에 체류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 근로자는 약 200명. 이들은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진을 포함한 건설 노동자들이지만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이들의 외화벌이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리비아 현지 관계자:

지금 건설현장은 대부분 멈춰 있는 상황이고 외국 회사들이 추진하는 건설현장은 다 철수했기 때문에 비어 있다고 봐야 하고요...

리비아 현지 관계자:

(북한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입니다.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특정 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 년 전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 김영미 씨(가명). 김 씨는 자신이 북한에 있을 당시 이웃 아주머니의 딸이 의료 근로자로 리비아에 나가 한 달에 수십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다고 회상했습니다. 한 번 나가면 혼수는 확실하게 장만할 수 있다며 자신에게도 리비아 근로를 추천할 만큼 외화벌이는 북한 당국과 일반 주민에게 경제적 혜택을 가져다주는 주요 수단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지의 한국 교민이 대부분 철수했고 상점도 평상시 수준의 절반 정도만 문을 여는 등 리비아 내전으로 상황이 불안정한 가운데 한 달이 넘도록 북한 근로자들의 외화벌이는 물론 이들의 근황조차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일부에서는 리비아 내전에 따른 부상자가 늘어나 북한 의료진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났을 수 있다는 추측도 있지만 확인된 것은 전혀 없습니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존 박 선임연구원은 이집트에 이은 리비아 사태가 대북 투자나 거래는 물론 외화 벌이에 직접적인 타격을 줘 북한 경제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북한으로서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체제가 무너졌을 때도 외화벌이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이번 리비아 내전에 따른 경제적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John Park:

북한은 현금 문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 노동자의 외화벌이는 북한 정권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수단입니다. 노동자를 파견한 국가가 불안해지면 임금을 못 받거나 외화벌이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북한이 충분히 우려하는 사안입니다.

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집트의 통신회사인 '오라스콤' 사가 애초 약속했던 대규모 대북 투자도 이집트 사태 이후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여서 북한이 이번 리비아의 사태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존 박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탈북자와 일부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의 불안으로 북한의 무기 거래마저 여의치 않아 북한 정권의 통치 자금에도 지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리비아 사태에 따른 외화벌이의 어려움과 함께 국제유가의 상승도 북한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복수의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 북한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휘발유와 디젤유 가격은 각각 1kg당 약 4천200원과 1천800원. 한 달 만에 수백 원씩 오른 이 가격은 지금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원유를 공급하는 중국이 국제유가의 상승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인데 북한에서 도매업을 하는 상인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설명입니다.

한편, 리비아 사태로 국제유가는 상승하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북한과 인접한 한국과 중국 경제도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3일 리비아 사태가 올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연간 수출피해와 건설 수주의 차질 규모가 총 1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