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월 최저생계비 35달러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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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C:

북한 주민의 월 최저 생계비는 얼마나 될까요? 이에 대해 북한 당국이 공식 발표한 자료는 없지만 최저 1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끕니다.

정보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주민의 한 달 최저 생계비가 2012년 현재 가구당 10만원, 미화로 30달러 정도된다는 추산이 나왔습니다.

맞벌이 부부를 기준으로 할 때 당에서 제공되는 배급, 즉 공식 소득이 한 달에 3천원 정도라고 할 때 나머지는 소토지 경작이나 장마당 활동 등에서 벌어들이는 비공식 소득을 말합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북한 정권이 공식 발표한 적 없는 북한 주민의 월소득에 대한 이번 조사는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 교수가 탈북자와 업무상의 이유로 북한에서 한시적으로 거주한 외국인 등 약 130명을 대상으로 2010년 말부터 지난 달까지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김일성 주석 때부터 2012년 현재까지 북한 주민이 당에서 받은 배급과 비공식 소득 등을 조사한 란코프 교수는 1980년대 직종에 따라 월 평균 50원에서 200원이 지급되던 공식 소득이 2000년에는 100원, 그리고 화폐개혁이 단행된 2002년 2천~6천 원대로 올라 현재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그러나 란코프 교수는 배급제에 철저히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더 이상 배급에만 의존해서는 살아갈 수 없는 시점이 되면서부터 북한 주민들은 소토지 경작이나 장마당 활동 등을 통해 비공식 수입을 마련하기 시작했으며 맞벌이 부부 기준으로 한 달에 10만 원 정도가 돼야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Andrei Lankov]

함경북도를 비롯한 접경 지역의 한 달 평균 소득을 보면 10만 원은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 4~5만 원은 겨우 살아남을 수 있는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일 못 사는 사람이 4~5만 원 정도 벌고, 대부분이 10만 원 정도 벌고 있습니다. 즉, 소득의 80~90%가 장마당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는데 정말 어려운 사람들은 장마당에서 장사할 밑천조차 없어 소토지를 경작해 생계를 유지합니다.

북한 정권이 주민들을 먹여 살리지 못하자 주민 스스로가 소토지나 장마당으로 대표되는 자급자족형 생계 수단을 찾아 살 길을 모색한 셈입니다. 이에 따라 평양과 그 외 도시 간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고 란코프 교수는 말합니다.

[Andrei Lankov]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로 2004~2005년 후 평등하게 살던 북한에서 최근 빈부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평양에서 고소득층이, 잘 사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일부는 합법적으로, 또 일부는 불법으로 돈을 벌고요. 외화벌이 직원이나 장사하는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법니다. 지방에도 잘 사는 사람들이 있지만 평양만큼 많지는 않습니다.

러시아 출신으로 북한 김일성대학에서 유학한 란코프 교수는 이어서 일반 주민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북한 장마당의 존재가 특이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거 구소련과 동유럽 공산권 국가에서도 장마당과 비슷한 개념의 암시장이 있었지만 오늘날 북한과 같이 국민의 생계에 직결될 정도의 비중은 아니었다는 설명입니다. 이유는 구소련과 동유럽 공산권 국가에서는 북한과 달리 정부가 지급한 공식 급여가 국민 개개인의 소득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