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벌목공들 "단파방송 즐겨 들어"

0:00 / 0:00

러시아 벌목공들이 단파라디오를 통해 외부 소식을 듣고 고된 삶의 위로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유엔난민보호소에서 한국행을 기다리고 있는 한 벌목공 출신 탈북자는 2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한반도 정세 등 외부세계의 소식을 단파라디오를 통해 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현재 난민보호소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는 다른 벌목공 출신 탈북자들과 함께 모스크바 현지 시각으로 저녁 6시면 어김없이 방송을 듣기 위해 모인다고 전했습니다. 이 탈북자는 심지어 벌목 사업소에서 일할때도 동료들이 여러사람의 눈을 피해 한밤중에 몰래 단파라디오를 통해 미국에서 보내는 방송을 듣곤 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벌목공:

몰래몰래 듣죠. 기회가 생길때…여기 오기 전에도 한주일에 한 번 정도는 들은 것 같아요. 지금은 그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고 자유로운 상태죠. 라디오 듣는 것은 자유입니다. 그러나, 사업소에서는 여러사람의 눈을 피해야 하고, 혹시 주변 사람들이 밀고할 수 있고. 그래서, 조심스럽게 듣곤 하지만, 나와 있는 사람보다 거기 있는 사람들이 더 호기심을 갖고 들어요.

이 탈북자는 현재 모스크바 난민보호소에 같이 있는 탈북자들이 거의 매일 미국에서 전하는 자유아시아방송을 비롯한 단파방송을 들어 연평도 사건 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탈북자 생활 소식을 통해 한국이나 미국 등 제3국에 가서 어떻게 정착할 것인지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 벌목공:

거기서 나오는 뉴스나 다른 방송 내용을 듣고 탈북자의 생활에 대해 알게 됩니다. 우리는 여기서 미국이나 한국 등 다른 나라의 생활이나 언어에 대해 잘 모른단 말이에요. 그런데 가면 어떻게 발붙이면 되겠다 상상을 하죠. 탈북자들의 생활에 대해 들으면서 우린 새 생활을 ‘학습’합니다. 그게 우리한테 제일 도움이 됩니다.

벌목공 출신으로 미국에 100번째 난민지위를 받고 지난 9월 입국한 조전명 씨도 원칙적으로 북한 당국이 벌목공에게 러시아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를 듣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지만, 힘들고 외로운 벌목공 생활을 달래기 위해 몰래 단파 라디오를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조 씨:

북한 사람들은 세계 돌아가는 뉴스나 현실을 잘 모릅니다. 라디오를 통해서 소식을 알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라디오에 관심이 많습니다. 전 특별한 어떤 느낌보다도 ‘이런 사실도 있었구나’ 하고 놀랐죠. 북한에서는 해야 할 부분만 제한적으로 보도하기 때문에 다 알지 못했는데, (미국에서 보내는 단파방송은) 있는 그대로 사실을 전하니까 놀랐고 재미있었어요.

조 씨는 돈을 모으려고 러시아에 벌목공으로 갔지만 돈도 벌 수 없고 고통스럽기만 한 삶을 살면서 라디오를 통해 뉴스나 음악을 듣는 짧은 시간이나마 위안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미국과 한국의 정세 변화 등 세계의 소식을 흥미있게 들으며 남북한의 생활이나 언론의 자유에 대해서도 비교해 보곤 했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벌목사업장을 탈출한 후 러시아 내에서 일용직 불법체류자가 되었을 때에는 새벽에 단파방송을 듣느라 1시간도 못자고 일하러 가도 힘든 줄 모를 정도로 생활에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